헌 옷을 새 옷처럼… 37년 경력 '만능 수선공'
헌 옷을 새 옷처럼… 37년 경력 '만능 수선공'
  • 김미정 기자
  • 승인 2018.04.15 19: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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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라 소상공인] 46. 성안길 '불개미 옷수선' 배명호 사장
37년차 옷수선공 배명호 '불개미 옷수선' 사장은 자신의 일을 '엄마의 바느질 손'에 비유했다. 개미처럼 성실하게 일하는 배 사장이 재봉틀 대에서 즐겁게 리폼작업을 하고 있다. / 김용수

[중부매일 김미정 기자] "옛날에는 단추 떨어지고 지퍼 고장나면 엄마가 다 고쳐줬잖아요. 옷 헤지면 손바느질해서 다 꿰매주고…. 그 역할을 지금 제가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청주시 성안길 옛 청주흥업백화점(현 '다이소') 옆골목에 위치한 '불개미옷수선' 배명호(57) 사장은 37년차 옷수선공이다. 그는 자신의 일을 '엄마의 바느질 손'에 비유했다.

"무조건 '새 것'보다는 '있는 것'을 수선만 해도 예쁘게 입을 수 있어요. 경제가 어려울수록 아끼는 수밖에 없어요."

그의 근무복장은 항상 정장차림이다. 잘 다려진 와이셔츠와 양복바지, 정장조끼까지 깔끔하게 차려입고 일을 한다. 수선일을 첫 시작할 때부터 37년째 줄곧 이랬다.

배명호 사장이 옷의 밑단 바느질이 풀리지 않도록 휘갑치기(오버로크) 작업을 하고 있다. / 김용수

"'수선'이라고 하면 인식이 안좋은데 옷을 깔끔하게 입고 일하니까 손님들이 신뢰를 해요. 가게 청소, 정리정돈도 깨끗하게 하는 편이에요."

5.5평의 좁은 가게에는 재봉틀 2대, 오버로크(휘갑치기) 재봉틀 2대, 단 뜨는 기계 1대, 봉조기(가죽이나 밍크 소재 박는 기계) 1대가 놓여있다. 방금 청소한 것처럼 청결하고 군더더기 물건 하나 없다. 가지런히 정리된 알록달록 색실들은 가게에 경쾌함을 불어넣는다.

근면, 성실, 절약. 그의 생활신조는 가게 이름 '불개미 옷수선'에도 고스란히 담겼다.

"개미처럼 부지런히 일하고 아름다운 '미(美)'를 위해 열심히 일하자는 의미에요. 개미 중에서도 불개미가 더 열성적이고 긍정적이잖아요."

호황이던 90년대에 비해만 일감은 줄었지만 여전히 가게에는 온종일 손님 발길이 끊길 새가 없다.

다양한 컬러의 옷에 맞춰 사용하는 색색이 실들이 가게 한 벽면을 채우고 있다. 가지런히 정돈된 알록달록 실들이 가게의 경쾌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 김용수

"옛날에 성안길에 진로백화점, 흥업백화점이 있을 때에는 직원 4명까지 둘 정도로 잘 나갔죠. 그때에는 옷 사러 다 성안길로 왔었으니까. 1년 중에 3~5월이 가장 바빠요. 옷에 가장 신경을 많이 쓰는 계절이니까."

배 사장은 수선의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고 했다. 바지 기장을 줄이고 소매 길이를 줄이는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다.

"양복제작보다 더 어려운 게 수선이에요. 몸에 안 맞는 옷을 다 뜯어서 새 옷을 만든다고 보시면 돼요. 사람마다 옷을 크게도 입고 작게도 입고 원하는 게 다 다르잖아요. 손님 취향에 맞춰주는 게 '수선'입니다."

그러면서 옷수선공에게 가장 필요한 것으로 '대화의 기술'을 꼽았다.

"손님이 원하는 걸 빨리, 잘 파악할 수 있도록 '대화'를 잘 하는 게 필요해요. 마음을 읽어내는 기술이 먼저이고, 그 다음에 손기술이 뒷받침돼야 해요."

배명호 사장이 티셔츠 리폼을 위해 재단작업을 하고 있다. 리폼은 재단, 재봉 등을 모두 새로 해 '새 옷'을 만들어내는 작업이다. 요즘은 리폼문화가 활성화추세다. / 김용수

18살 때, 충북 보은에서 양복기술을 배운 것이 첫 단추였다. 이후 청주 중앙공원 입구에 위치한 지인이 운영하는 옷수선집 '공원사'에서 직원으로 일했다. 2년뒤, 지금의 가게 인근 남성복 매장 뒷칸에서 수선일을 했다. 2평 공간에는 미싱 2대와 의자 하나가 전부였다. 이후 1986년 10월 10일 지금 자리에서 '불개미옷수선'을 오픈했다. 자신의 첫 가게였다.

"리폼을 자주 맡기시는 건설사 대표이신데 1회 수선비로 350만원을 받은 적도 있어요. 옷 주인이 바뀌어서 옷값을 물어준 적도 있고, 밤무대 가수 무대의상을 직접 만들어준 적도 있어요. 다 추억이 됐네요."

배 사장은 IMF를 계기로 양복점, 세탁소가 수선집으로 업종을 많이 바꾸었다고 귀띔했다. 리폼문화에 대해서는 긍정 평가했다.

배명호 사장이 티셔츠 리폼을 위해 재봉틀 작업을 하고 있다. / 김용수

"옛날에는 헌옷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죠. 다 버리고 다 새로 사입었으니까. 90년대 말에 IMF가 오면서 헌옷 리폼이 나왔고, 수선이 다양해졌죠. IMF가 없었으면 다 새 옷 사입었을 거예요."

리폼문화의 활성화로 자신의 손 기술 활용도가 늘면서 일에 대한 자부심은 높아졌다.

"코트로 재킷을 만들고 원피스로 점퍼를 만들고 다 '내 손'으로 만드는 거죠. 리폼은 재단, 재봉 다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해요. 원단만 쓰는 거죠." 앞으로의 전망도 밝게 내다봤다.

"리폼문화가 활성화 추세이고, 수선은 기계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사람 손기술이 필요한 거니까 앞으로는 장사가 더 잘될 거라고 기대해요."

근면·성실 하면 자신있던 배 사장에게도 굴곡은 있었다.

18㎡(5.5평)의 가게에는 재봉틀 2대, 오버로크(휘갑치기) 재봉틀 2대, 단 뜨는 기계 1대, 봉조기 1대가 놓여있다. 배명호 사장은 오전 10시부터 밤 10시까지 불개미처럼 성실하게, 또 즐겁게 옷수선일을 한다. / 김용수

"친구 보증 서주고, 선배랑 다른 사업 했다가 빚 갚느라 15년간 고생했어요. 인생의 큰 경험을 한거죠. 당시에는 힘들어서 술로만 살았어요. 세월이 지나고 나니까 그게 '약'이 됐네요."

아픈만큼 성숙한다고, 실패의 아픔이 그에게도 새 삶을 살게 한 '터닝포인트'가 됐다. 배 사장은 실패를 겪은뒤 술, 담배를 끊고 신앙생활을 시작했단다.

"마이너스통장에서 벗어난지 3년 됐어요. 이제 다시 올라갈 일만 남았죠. 요즘은 일하는 것 자체가 행복해요."

자신에게 맞는 옷은 옷수선이라며, 이 일이 천직이라며 즐거워했다. 앞으로 계획으로는 항상 지금 자리를 지킬 것이라고 약속했다.

"가게를 이전할 생각도, 확장할 계획도 없어요. 사람 손으로 하는 일이니까 손님들 만족도를 높이는 쪽으로 노력할 거예요. 아들이 의류쪽에 관심이 많은데 나중에 아들에게 가게를 물려주고 싶어요."

청주시 상당구 성안길 옛 흥업백화점 옆골목에 위치한 '불개미 옷수선'점은 1986년에 오픈했다. 37년차 옷수선공 배명호 사장이 운영하고 있다. / 김용수

'불개미옷수선'은 오전 10시에 문을 열어 밤 10시까지 불을 밝힌다. 배 사장은 1년 중 설, 추석 명절 당일에만 쉬고 나머지는 무휴다. 그는 매주 화요일에만 저녁 6시에 퇴근한다. 월~화요일에는 아르바이트를 두고 나머지는 혼자 일한다.

"불개미야 불개미야~, 헌 옷 줄게, 새 옷 다오~" 37년차 옷수선공 배명호 사장은 오늘도 콧노래를 부르며 재봉틀 대에 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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