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시종 충북도지사(왼쪽)와 더불어민주당 오제세 의원(오른쪽)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충북지사를 노리는 더불어 민주당 후보들의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오제세 의원(청주 서원)이 지난 4일 이 지사의 도정 슬로건과 핵심사업을 조목조목 비판하며 공세의 수위를 높였다. 4선의 중견의원으로 평소 처신과 발언이 신중하고 부드럽다는 평을 받아온 오 의원이 작심하고 이 지사를 몰아세운 것은 충북지사 출마에 사활을 걸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3선 도전을 앞두고 장고를 거듭하고 있던 이 지사가 문재인 대통령 최측근인 노영민 주중대사의 보좌관 출신 이장섭씨를 정무부지사로 영입하면서 출마가 가시화되자 선제공격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오 의원은 공식적인 자리에서 작심발언을 이어갔다. 중부매일 보도에 따르면 오 의원은 "(이 지사가) 바이오산업, 문화·예술 산업에 대한 소프트웨어에 관심이 없는 것 같다. (공무원들은) 현재 지사의 (SOC) 도정 방향만 바라보게 되고, 따라서 도지사를 오래하면 할수록 (공무원들은 획기적 신규아이템 발굴 없이) 복지부동일 수밖에 없다. '이 지사가 8년간 한일이 없다'는 평가로 이어지는 이유"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 지사가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줘야 할 시기고, 또 그럴 것으로 본다"고 쐐기를 박았다.

오 의원의 발언을 요약하면 8년간 도지사로 일했지만 별다른 발자취를 남기지 못한 이 지사는 차기 지사 선거에 자신에게 자리를 넘기고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오 의원의 주장이 아주 틀린 것은 아니다. 이 지사는 두 번의 임기동안 '이벤트 지사'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도정을 위해 열심히 뛰었다. 오송 화장품^뷰티박람회, 괴산세계유기농엑스포, 무예마스터십등 굵직굵직한 행사를 많이 열었다. 하지만 정작 '100년 먹거리'라는 청주공항 MRO사업은 무산되고 2조원대의 이란 투바이 전통의학기업 오송 투자사업도 시간만 질질 끌다가 결국 물거품 됐다. 뿐만 아니라 충북도 역점사업인 충주에코폴리스도 실패작으로 귀결됐다. 세 건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행정력, 혈세, 시간만 낭비한 채 아무런 소득도 없이 무산돼 이 지사의 한계를 드러냈다.

그러나 오제세 의원이 이 지사에게 자리를 넘기라고 할 입장은 아니다. 오 의원은 4선의 중진급 의원이지만 그동안 지역발전을 위해 어떤 결과물을 내놓았는지 스스로 자문해봐야 한다. 지역 유권자들이 지난 16년 동안 한 결 같이 밀어주었지만 산적한 지역현안을 해결하지 못했고 당내 요직을 맡거나 중앙정치무대에서 뚜렷한 존재감을 보이지도 못했다. 더구나 올해 칠순을 넘긴 이 지사와 나이차도 별로 나지 않아 새로운 아이디어와 경험, 그리고 강력한 추진력이 조화를 이룰 만큼 젊지도 않다.

최근 주요 선진국에 젊은 지도자 부상하고 있지만 젊음이 반드시 도정 발전을 뒷받침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다선 정치인들이 경륜에 걸 맞는 업적을 남기지 못한 채 세월에 흐르고 세상이 변했는데도 자리에 연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은 안스럽고 안타깝다. 3선을 염두에 두고 있는 이 지사와 현직 지사를 비판하며 지사를 꿈꾸고 있는 오 의원은 차기 지사 조건에 맞는지 깊이 고민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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