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들 위해 버팀목 같은 존재 되고파"

연극을 사랑한다는 이병철씨의 환한 웃음은 그냥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해맑은 웃음 뒤엔 어려웠던 시절을 잘(?) 이겨낸 내공이 쌓여있다. / 김용수
연극을 사랑한다는 이병철씨의 환한 웃음은 그냥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해맑은 웃음 뒤엔 어려웠던 시절을 잘(?) 이겨낸 내공이 쌓여있다. / 김용수

[중부매일 이지효 기자] 중부매일이 창간 30주년을 맞아 치열하게 살고 있는 30세 연극인 이병철 극단 늘품 공연제작팀 무대감독을 만났다. 젊은 예술인들을 찾기 힘든 요즘 이씨는 젊은 나이지만 예술계에서 잔뼈가 굵고 내공이 깊은 진정한 예술인이었다. 중부매일과 동년배인 이씨를 만나 그의 인생과 앞으로 지역과 함께 통(通)할 꿈, 희망,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 편집자
 
 1990년 태어난 이병철씨. 그는 이제 연극인 이병철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예술인 중에서 30세를 맞은 사람을 찾기는 생각보다 어려웠다. 충북에 예술관련 학과들이 모두 없어지고 설령 있다고 해도 모두 서울 등 타지로 떠났거나 아직 예술인이라고 하기에는 전문가가 아닌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수소문 끝에 찾아낸 이씨는 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초등학교때부터 예술계에 발을 들인 18년차 중견 예술인이었다.
 
일산이 고향인 그가 청주까지 오게된 이유는 '연기'를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는 수능을 치른 후 예술가를 꿈꾸는 청년들의 로망인 서울에 있는 대학 무용과와 또 다른 대학 사회체육과, 세명대학교 공연영상학과 등 3곳에 합격했다.
 
일반적으로 생각 했을때는 제일 먼저 언급한 대학에 진학하는 것을 정석으로 생각하겠지만 그는 세명대 공연영상학과를 택했다.
 
"네임 밸류로는 서울에 있는 대학교가 훨씬 인지도가 높았죠. 그러나 무용과를 가면 제가 하고 싶었던 것 보다는 발레를, 사회체육과로 가면 마찬가지로 기초체육에 더 중점을 둬야 했어요. 저는 연기와 노래를 할 수 있는 뮤지컬을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택한 것이 세명대 공연영상학과 입니다."

어린 시절에 스포츠댄스로 이름을 알렸던 이병철씨는 현재 무대에서 사람들과 만나 소통한다. / 김용수
어린 시절에 스포츠댄스로 이름을 알렸던 이병철씨는 현재 무대에서 사람들과 만나 소통한다. / 김용수

 
초등학교 시절 보이스카우트 활동을 했던 그는 장기자랑을 준비하면서 댄스스포츠를 접하게 됐다. 중학교 시절 학교 성적도 좋았던 이씨였지만 시간이 갈수록 성적이 떨어졌고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 춤 출때가 가장 행복했다는 생각에 어머니의 반대에도 댄스스포츠를 계속 하기로 마음 먹었다.
 
"댄스스포츠는 5개 종목을 모두 나가야 해요. 고등학교때 아마추어 부문 라틴 5종목에서 금메달을 획득했죠. 다른 것은 3위까지 시상하지만 댄스스포츠는 6위까지 시상을 합니다. 6위까지 순위는 들었지만 3위 이상을 못갔어요. 그런데 그때 한 대회에서 광주의 큰 스승님을 만나게 됐어요. 이후 무작정 광주로 내려가 포인트 레슨을 받고 상위권에 좋은 성적을 올렸습니다."
 
09학번인 이씨는 군대가기 전까지 춤을 췄고 2012년 대학에 복학하면서 무엇을 할까 막막했던 시절, 또 한명의 멘토를 만나게 됐다. 국립극단에서 활동했던 이영호 교수를 만나 청주, 제천, 서울에서 여러 연극작품에 함께 참여하게 됐고 대학을 졸업한 2015년까지 제천연극협회 소속으로 활동을 했었다. 그러나 '팽' 당하듯 제천에서 나오게 됐을때 현재 몸 담고 있는 극단 늘품의 천은영 대표에게 같이 연극을 해보자는 연락을 받게 됐다. 그때부터 청주 연극계에서 활동하기 시작했고 '랩소디 오브 C 아리랑', '다시 통닭을 먹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등 극단 늘품 뿐 아니라 충북연극협회 소속의 작품에는 모두 캐스팅 되는 등 유망주로 떠오르고 있다.
 
충북연극협회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미래를 함께 하고픈 여자친구도 만났다. 연극을 하면서 알게 됐고 이제 예쁜 사랑을 한지는 3년차에 들어간다.
 
그는 "여자친구만 생각하면 기쁘고 웃음이 난다"며 "이 친구와 함께 행복한 미래를 꿈꾸고 싶다"고 고백했다.
 
어려웠던 시절 2015년부터 극단 늘품에서, 충북연극협회 소속으로 활동하면서 다시 연기에 대한 생각을 해보게 됐다는 이씨.
 
그는 어릴때부터 힘들게 예술을 시작했기에 후배들에게는 이러한 어려움을 겪게 하고 싶지 않다며 확고한 신념을 내비쳤다.
 

"제가 이렇게 활동할 수 있는 힘은 극단 늘품의 천은영 대표님과 안진상 이사장님이 이끌어 주셨기 때문입니다. 그분들을 보면서 저도 언젠가는 후배들을 위해 청주에 한명이라도 버티고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아시다시피 제 또래 젊은 예술인들이 별로 없습니다. 모두 서울로 가든가 힘든 곳을 떠나거든요."
 
그는 "아버지가 스님이어서 반지하방에서 어머니, 누나와 힘들게 아버지 없이 살았다"며 가난하게 예술을 시작했기에 삶이 조금 여유로워진다면 예술하는 친구들을 위해 '예술인센터'를 건립해 후배들을 지원하고 싶다"고 말했다.
 
'예술인센터'를 지어 진정으로 예술을 하고 싶어하는 후배들에게 지원을 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는 이씨.
 중부매일과 동년배인 이씨에게 창간 30주년 축하메시지를 부탁하자 "30년이라는 시간이 결코 짧지 않은데 이렇게 오랫동안 회사를 유지하는 것이 어려웠을 겁니다. 기자분들이 글과 사진을 통해 표현하고 싶지만 명확히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것 같아요. 연기할때도 그렇거든요. 기자들이 글쓸 때 고민하는 것이 배우들이 연기할 때 고민하는 것과 같지 않을까요? 가끔 제 자신이 저에게 말하곤 해요. '이병철! 잘 버티고 있어! 대견해'라고요. 제가 이렇게 말하면 어떻게 들으실지 모르겠지만 중부매일도 대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극단 '늘품'에서 활동하고 있는 연극인 이병철씨. 그의 연기는 관객과 연극 무대 사이에서 서로 교감할 수 있는 가교역할을 하며 소통한다. / 김용수
극단 '늘품'에서 활동하고 있는 연극인 이병철씨. 그의 연기는 관객과 연극 무대 사이에서 서로 교감할 수 있는 가교역할을 하며 소통한다. / 김용수

"30년이라는 많은 시간이 흘러도 저는 플로어에 남아있을 겁니다."라며 굳은 의지를 보이는 이병철씨를 보며 힘든 예술계지만 꿈, 확고한 신념이 있다면 든든한 버팀목으로 관객과 무대에서 소통하는 밝은 미래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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