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 카르페 디엠(Carpe diem)④

'하루살이'

오늘이 있고 또 내일이 있어 / 우리네 삶은 냉정하기만 한데 / 너의 오늘은 아무런 망설임이 없어서 / 저 뜨거운 불 속으로 산화하는구나 // 흔적조차 남기지 않는 순간의 소멸 /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 너의 뜨거운 정열을 닮았던 나의 젊은 날도 있었으나 / 오늘은 내일을 걱정하고 내일은 또 그 내일을 걱정할 뿐 / 나에게 오히려 오늘은 없다// 생즉사 사즉생(生則死 死則生)의 삶을 살았던 영웅들도 / 너의 정열을 본받아 아직까지 우리의 기억 속에 살아 있어 / 너는 하루살이가 아니었음을 / 태양은 또 기억할 것이다

'하루살이의 사랑'

하루만 살려는 의지로 먹을 입도 가지고 태어나지 않았네 / 짧은 시간이지만 널 만나 사랑을 나누고 이별하며 했던 말 / 영원히 널 사랑해 이 맹세는 결코 거짓이 될 수는 없지 / 하루살이에게 거짓 맹세는 없다네 / 세상 만물을 변화와 거짓으로 물들여온 시간 앞에서 / 자유를 택한 나는 하루살이 / 나의 이성에 불순물은 없다네 오늘의 사랑에만 충실하고 / 내일의 사랑은 없어 안됐지만 / 하여 내게 위선의 가면을 씌울 필요도 없다네 / 이 순간 진정 그대를 사랑하였으므로 / 영원히 그대를 사랑하노라는 나의 맹세는 / 사실로 기록되어지리라 믿네

'아이와 사과'

아이는 훔친 사과 하나를 / 남모르게 감추었다 / 사과의 향과 고운 빛깔에 취한 아이는 / 바로 먹지 못하고 / 내일이나 그 언제쯤 그 맛을 맛보리라 생각했었다 / 어느 날 잊었던 사과를 떠올린 아이는 / 서랍 모퉁이에서 썩은 사과 하나를 꺼낸다 / 그 향기롭고 빛나던 사과는 하얀 곰팡이가 덮여 / 쭈그러진 악취를 풍기고 있었다 / 실망한 아이는 그날 먹었으면 좋았을 / 그날의 사과 맛을 그려본다 / 하지만 까닭 없이 불안한 아이 / 아이는 달콤하고 빛 고운 사과만을 골라 / 열심히 개미처럼 / 오늘도 창고만을 채운다 / 썩어버린 현재를 남몰래 감추고 / 언젠가 다시 만나길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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