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행사 이제는 바꾸자 <下>] 단체장 치적쌓기도 문제 과감한 개선 필요
[중부매일 김정하 기자] 충북 축제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그동안 지적돼 왔던 것이 '특색이 없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런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도 해마다 독창성이 부족한 백화점식 축제는 요지부동이다.
18일 충북도에 따르면 충북지역에서 해마다 열리는 축 모두 36개다. 이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지역 농·특산물 축제'이다.
충북에는 청원 생명쌀, 충주 농산물, 보은 대추, 옥천 포도, 단양 마늘, 영동 와인, 영동 햇곶감 등 12개의 농산물 축제가 있고, 옥천 묘목, 괴산 미선, 음성 꽃큰잔치, 단양 철쭉제 등 6개의 꽃·나무 축제가 있다. 지역 농·특산물 축제가 전체 축제의 절반에 해당한다.
문제는 지역의 기후조건과 특산물이 비슷하다보니 겹치는 축제도 부지기수 라는 것이다. 포도축제는 옥천과 영동에서, 인삼축제는 증평과 음성에서, 고추는 괴산과 음성에서, 벚꽃은 충주와 제천에서 열려 중복되고 있다. 특히 온천 축제는 충주지역에서만 수안보와 앙성 등 두 곳에서 다른 계절에 따로 열리고 있을 정도로 분산돼 있다.
그나마 지역의 특색에 맞게 축제를 준비한 시·군이 드문드문 보이지만 축제의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실상은 전혀 다르다.
청주 세종대왕 초정약수 축제와 제천 의병제, 음성 품바축제, 음성 설성문화제, 단양 온달문화축제 등 역사 축제의 경우 전국 어느 축제에서나 볼 수 있는 전통 민속놀이체험 행사가 대부분 포함돼 있고, 충주호수축제 유등전시, 증평 들노래·충주 수안보 온천 축제의 물고기 맨손잡기 등 일부 축제에서는 타 지역의 유명 축제행사를 그대로 베껴온 것도 부지기수다.
이런 축제들을 제외하고 그나마 지역색을 나타내는 축제는 청주 직지코리아, 충주 우륵문화제, 제천 국제음악영화제, 옥천 지용제·충렬제, 영동 난계국악제, 진천 농다리축제, 단양 쌍둥이 축제 등 8개가 전부다.
하지만 이 축제들도 전국적으로 유명하고 충북을 대표하는 축제들이라고 말하기는 무리가 있다. 스페인 발렌시아의 토마토축제(라 토마티나)나 독일 뮌헨의 맥주축제(옥토버페스트), 일본 삿뽀로의 눈꽃축제(유키마쯔리) 등 마을의 축제가 한 나라의 대표 축제가 되고 있는 것과는 비교 조차 불가능할 정도다.
축제를 담당하는 관계공무원들은 "지역 특산물 축제는 지역민들의 소득과 직결돼 없앨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더욱이 지역마다 경쟁적으로 축제를 만들고 있는 상황에 통·폐합은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이다.
충북 축제들의 이런 상황과 다르게 경남도는 특색이 없는 축제는 폐지했고, 유사하거나 경쟁력이 떨어지는 축제를 통합하면서 2013년 당시 70개에 달하던 축제를 43개로 줄였다. 이에 따른 예산 절감도 25억원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가장 먼저 선행돼야 할 점으로 '축제 담당공무원의 전문화'라고 입을 모은다. 축제담당 공무원이 순환보직에 따라 수시로 변동됨으로써 축제 운영의 비전문성과 비효율성도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당연한 수순으로 전문지식이 없는 공무원이 1~2년 안에 축제를 획기적으로 바꾸기도 힘들다. 그렇다보니 타 시·도의 축제를 따라하기 급급하고 무분별한 벤치마킹을 해 차별성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지자체들의 축제는 객관적이고 깊이있는 연구와 분석없이 진행되다 보니 차별성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라며 "비효율적인 예산집행과 행정 편의적인 축제 추진도 이런 부정적인 면을 부추겼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국적으로 유명한 축제나 세계적으로 이름난 축제를 만들기 위해선 타 시·도의 사례를 벤치마킹 할 것이 아니라, 전국, 전세계 모든 사람들이 한번 쯤 가보고 싶은 축제를 모토로 지역 주민들이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 김정하
■ 충북지역 유사·중복 축제 현황
| 청주시 | 청원생명축제 | 9.30~10.9.(10일간) |
| 충주시 | 충주호수축제 | 7.30~8.7 (9일간) |
| 충주시 | 수안보온천제 | 4.15~4.17 (3일간) |
| 충주시 | 앙성탄산온천휴양축제 | 6.3~6.5 (3일간) |
| 충주시 | 충주호벚꽃축제 | 4.8~4.10 (3일간) |
| 충주시 | 충주농산물 한마당 축제 | 10.14~10.16 (3일간) |
| 제천시 | 청풍호 벚꽃축제 | 4.8~4.10 (3일간) |
| 보은군 | 보은대추축제 | 10.14~10.23 (10일간) |
| 옥천군 | 향수옥천포도복숭아축제 | 7.22~7.24 (3일간) |
| 영동군 | 영동포도축제 | 8.25~8.28 (4일간) |
| 영동군 | 대한민국와인축제 | 10.13~10.16 (4일간) |
| 영동군 | 영동햇곶감축제 | 12.16~12.18 (3일간) |
| 증평군 | 증평인삼골축제 | 10.6~10.9 (4일간) |
| 진천군 | 생거진천 농다리축제 | 5.27~5.29 (3일간) |
| 진천군 | 생거진천 문화축제 | 10.1~10.3 (3일간) |
| 괴산군 | 괴산고추축제 | 9.1~9.4 (4일간) |
| 괴산군 | 미선나무꽃축제 | 3.25~3.27 (3일간) |
| 음성군 | 음성품바축제 | 5.26~5.29 (4일간) |
| 음성군 | 음성군꽃큰잔치 | 5.26~5.29 (4일간) |
| 음성군 | 설성문화제 | 9.1~9.3 (3일간) |
| 음성군 | 음성청결고추축제 | 9.1~9.3 (4일간) |
| 음성군 | 음성인삼축제 | 10.2~10.6 (5일간) |
| 단양군 | 단양소백산철쭉제 | 5.26~5.29 (4일간) |
| 단양군 | 단양온달문화축제 | 9.30~10.2 (3일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