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릿과·맷과 생태계 균형 조절자… 환경상태 가늠 중요 잣대

미호강에는 생태계의 제왕으로 불리는 맹금류들이 연중 찾아와 활동한다. 사진은 미호강을 찾는 맹금류 가운데 낮에 활동하는 종들을 미호강을 배경으로 연출한 모습이다. 1흰꼬리수리 2참매 3붉은배새매 4새매 5왕새매 6잿빛개구리매 7벌매 8털말똥가리 9큰말똥가리 10말똥가리 11황조롱이 12매 13새호리기 14독수리 /김성식t
미호강에는 생태계의 제왕으로 불리는 맹금류들이 연중 찾아와 활동한다. 사진은 미호강을 찾는 맹금류 가운데 낮에 활동하는 종들을 미호강을 배경으로 연출한 모습이다. 1흰꼬리수리 2참매 3붉은배새매 4새매 5왕새매 6잿빛개구리매 7벌매 8털말똥가리 9큰말똥가리 10말똥가리 11황조롱이 12매 13새호리기 14독수리 /김성식·(2·3·4·5·7번 사진) 조해진 박사 제공


◆미호강 생태계의 '내로라하는 주역들'

미호강에는 연중 맹금류가 나타난다. 각 종의 생태시계에 맞춰 모습을 드러냈다 사라지길 반복한다. 생태계 제왕들의 퍼레이드(Parade)가 계절 따라 펼쳐진다.

미호강 생태계와 관련해 미호강을 찾는 맹금류들이 주목받는 것은 그들이 먹이사슬의 정점에 있으면서 생태계가 균형을 잃지 않도록 조절자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또 미호강 생태계의 건강도를 읽을 수 있는 중요한 잣대로서, 대부분 천연기념물 내지 멸종위기 야생생물로 지정됐거나 국가적색목록에 관심 대상(LC) 이상의 등급으로 분류된 중요 종에 속한다.

미호강의 맹금류를 활동 시간대에 따라 구분하면 낮에 활동하는 주행성 맹금류와 밤에 활동하는 야행성 맹금류로 나눌 수 있다. 이번 편에서는 지난 회에서 다룬 독수리 이외의 주행성 맹금류, 즉 미호강의 낮을 지배하는 제왕들을 살펴본다.


◆미호강의 겨울 단골손님 된 흰꼬리수리

미호강의 맹금류 가운데에는 예전엔 잘 나타나지 않던 종이 최근 들어 출현 빈도가 높아진 종이 있다. 대표적인 게 수릿과의 흰꼬리수리(학명 Haliaeetus albicilla)다.

미호강의 모래톱에 내려앉았던 흰꼬리수리가 먹이활동을 위해 날아오르고 있다./김성식
미호강의 모래톱에 내려앉았던 흰꼬리수리가 먹이활동을 위해 날아오르고 있다./김성식

이 새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미호강 수계에서는 쉽게 관찰할 수 없었으나 2~3년 전부터 출현 빈도가 잦아져 지금은 겨울철 미호강을 대표하는 맹금류로 꼽힌다.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 국가적색목록 취약(VU) 등급일 정도로 전국적으로 귀한 몸이다. 미호강을 찾는 개체 수 역시 많지 않지만 겨울철이면 으레 모습을 드러내는 단골손님이 됐다.

2023년 겨울의 경우 미호강 수계에서 하루에 많게는 5~6마리가 관찰됐으며 특히 청주시 관내 무심천 합수부 일원에서는 매번 한두 마리의 흰꼬리수리가 확인될 만큼 자주 나타났다. 특이점은 2022~3년 겨울 기준으로 미호강을 찾은 흰꼬리수리들은 대부분 생후 5년 이하의 어린(미성숙) 개체들이어서 주목된다. 어린 개체는 부리 끝이 검고 꼬리도 가장자리가 흑갈색이어서 부리가 노랗고 꼬리가 흰 성체와 구별된다.

주로 1마리가 단독 생활하지만 2~3마리가 함께 있는 경우도 관찰되며 독수리 무리 곁에 머물 때도 있다.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미호강의 흰꼬리수리는 이곳의 대표 겨울철새인 황오리들이 두려워하는 천적이지만, 어린 개체는 오히려 황오리들에게 쫓겨 달아나는 모습이 목격되곤 한다. 천적인 어린 맹금류가 쫓김을 당하는 모습에서 야생세계의 또다른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수릿과이면서 '매'로 불리는 맹금류들

다음으로 주목할 미호강의 주행성 맹금류는 천연기념물, 멸종위기 야생생물(2급), 국가적색목록 취약(AU) 등급인 수릿과의 참매(Accipiter gentilis)다.

수릿과에는 명칭에 '매' 자가 붙은 종이 여럿 있는데 참매도 그중 하나다. 맷과와 수릿과의 차이는 우선 날개폭이 좁고 길며 날 때 날개 끝이 붙으면 맷과이고, 날개폭이 넓고 짧으며 날 때 날개 끝이 갈라지면 수릿과로 불린다. 또 부리에 치상돌기가 돋아나 있으면 맷과, 치상돌기가 없고 매끄러우면 수릿과로 구분되는 등 몇 가지 차이점이 있다.

미호강을 찾는 참매는 숫자가 극히 적은 편이지만 최근 들어 이따금 모습을 드러내 조류사진작가들이 반기는 겨울손님이다.

미호강을 찾는 붉은배새매(Accipiter soloensis), 새매(Accipiter nisus), 왕새매(Butastur indicus), 잿빛개구리매(Circus cyaneus), 벌매(Pernis ptilorhynchus)도 이름에 '매' 자가 붙은 수릿과의 새이다. 이 중 벌매는 이름처럼 벌집을 파헤쳐 벌 유충과 번데기를 먹는 벌의 천적으로 유명하다.

붉은배새매와 새매는 둘 다 천연기념물, 멸종위기 야생생물(2급), 국가적색목록 취약(VU) 등급이나 붉은배새매는 여름철새, 새매는 겨울철새란 점이 다르다. 붉은배 새매는 등 부위의 색이 푸른빛을 띤 회색이어서 다른 새매류와 구별된다.

왕새매는 드문 여름철새 혹은 흔하지 않은 나그네새로 국가적색목록에 관심대상(LC)으로 분류돼 있다. 일부 개체는 국내에서도 번식한 사례가 있다.

겨울철새인 잿빛개구리매[천연기념물, 멸종위기 야생생물(2급), 국가적색목록 관심 대상(LC)]와 봄, 가을에 우리나라를 통과하는 통과철새인 벌매[멸종위기 야생생물(2급), 국가적색목록 취약(VU) 등급]도 미호강을 찾는 귀한 손님이다.

미호강의 대표 맹금류 중 하나인 말똥가리가 미호강의 대표 겨울철새 황오리를 잡아먹고 있다./김성식
미호강의 대표 맹금류 중 하나인 말똥가리가 미호강의 대표 겨울철새 황오리를 잡아먹고 있다./김성식


역시 수릿과인 털발말똥가리[Buteo lagopus menzbieri, 멸종위기 야생생물 해제종, 국가적색목록 관심대상(LC)]와 큰말똥가리[Buteo hemilasius, 멸종위기 야생생물(2급), 국가적색목록 관심대상(LC)], 말똥가리[Buteo buteo japonicus, 멸종위기 야생생물 해제종, 관심대상(LC)]도 미호강에서 관찰되는 맹금류들이다.

◆미호강의 맷과 맹금류들

미호강의 맷과 맹금류 중 가장 대표적인 새는 황조롱이(Falco tinnunculus)다. 드물지 않은 텃새로 멸종위기 야생생물에서는 제외됐지만 여전히 천연기념물로 보호하고 있다.

미호강을 찾은 황조롱이가 사냥한 쥐를 한쪽 발로 움켜쥔 채 폐전신주 위에 앉아 있다. 맹금류들은 이처럼 작은 동물들을 잡아먹음으로써 생태계 내 조절자 역할을 하고 있다. /김성식
미호강을 찾은 황조롱이가 사냥한 쥐를 한쪽 발로 움켜쥔 채 폐전신주 위에 앉아 있다. 맹금류들은 이처럼 작은 동물들을 잡아먹음으로써 생태계 내 조절자 역할을 하고 있다. /김성식

특히 도시지역의 아파트 베란다 등에서 번식하는 사례가 심심찮게 전해지면서 친숙해진 새다. 황조롱이 하면 정지비행(Hovering)이 떠오를 정도로 정지비행을 잘하는 게 특징이다. 정지비행은 먹잇감을 찾거나 잡기 위해 일시적으로 공중에 정지해 있는 비행술이다. 정지비행을 하다가 먹잇감을 발견해 기회가 포착되면 잽싸게 내려앉아 낚아챈다.

역시 텃새인 매(Falco peregrinus)는 천연기념물, 멸종위기 야생생물(2급), 국가적색목록 취약(VU) 등급으로 분류된 우리나라 터주대감 격 맹금류이나 미호강에는 겨울철에 매우 드물게 찾아오고 있다.

새호리기는 멸종위기 야생생물(2급), 국가적색목록 취약(VU) 등급의 흔하지 않은 여름철새다. 맷과의 특징인 눈 밑의 세로무늬가 가늘고 뚜렷하게 나타난다. 몸길이가 약 30cm인 소형 맹금류이지만 제비의 천적이라고 할 만큼 민첩성과 사냥술이 뛰어나다. 새호리기란 이름도 이런 습성에서 유래했다. 타고난 비행 솜씨로 사냥감을 홀리듯 따라잡아 낚아챈다고 하여 새호리기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새홀리기로 부르기도 하나 국가 자연사연구 종합정보시스템에 올라 있는 새호리기가 올바른 표기다./김성식 환경생태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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