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체수 줄고 둥지터 이동 변화… 마지막 번식지 최대 위기

생겨난 지 50년이 넘은 것으로 알려진 충북 청주시 송절동 백로서식지가 주변에 아파트단지와 청주테크노폴리스가 들어서면서 점차 '도시 속의 섬'으로 고립돼 가고 있다. 사진은 최근 송절동 백로서식지 안에서 바깥세상을 향해 촬영한 것으로, 왜가리와 중대백로들이 둥지를 사이로 인근 아파트 단지가 훤히 바라다 보이고 있다./김성식
생겨난 지 50년이 넘은 것으로 알려진 충북 청주시 송절동 백로서식지가 주변에 아파트단지와 청주테크노폴리스가 들어서면서 점차 '도시 속의 섬'으로 고립돼 가고 있다. 사진은 최근 송절동 백로서식지 안에서 바깥세상을 향해 촬영한 것으로, 왜가리와 중대백로들이 둥지를 사이로 인근 아파트 단지가 훤히 바라다 보이고 있다./김성식

[중부매일 김성식 환경생태전문기자] 청주시 흥덕구 송절동 산 97-2번지 일원에 위치한 백로서식지다.

이 백로서식지는 미호강 수계에서 거의 유일하다. 충북 진천군 이월면 노원리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왜가리번식지가 있지만 10여 년째 왜가리는 물론 다른 백롯과 새들도 일절 찾지 않는 '이름뿐인 천연기념물'이 된 상태다. 증평군 증평읍 덕상리 일원에도 백로서식지가 있었고 청주시 내에도 1~2곳의 백로서식지가 있었지만 모두가 옛일이 됐다.

농촌에 불어닥친 도시화, 산업화의 거센 바람에 백로들의 서식 환경이 결딴나고 백로서식지 자체를 혐오의 대상인 양 민원의 제물로 삼는 이기주의가 만연하면서 백롯과 새들이 스스로 등을 돌렸거나 내쫓김을 당한 결과다.

◆청주 송절동 백로서식지는

면적이 8천㎡ 규모인 청주 송절동 백로서식지는 해마다 2월부터 10월까지 왜가리, 중대백로, 중백로, 쇠백로, 황로, 해오라기 등의 백롯과 여름철새 1천여 마리가 찾아와 번식한다.

처음 생겨난 지 50년이 넘은 것으로 알려진 이 백로서식지는 청주시 유일의 백로서식지이자 미호강 수계에서도 거의 유일한 백로서식지여서 생태보전 상 매우 중요하게 여겨진다.

최근 충북 청주시 송절동 백로서식지 인근의 개발 예정 부지들이 시설물 철거와 함께 평탄 작업을 마치면서 백로서식지가 덩그러니 드러나 있다./김성식
최근 충북 청주시 송절동 백로서식지 인근의 개발 예정 부지들이 시설물 철거와 함께 평탄 작업을 마치면서 백로서식지가 덩그러니 드러나 있다./김성식


2015년 9월 청주남중학교에 이어 2016년 10월 서원대학교에서 잇따라 서식지의 나무가 인위적으로 베어지는 바람에 백로류들이 이곳으로 옮겨와 지금처럼 대규모 서식지를 이루게 됐다.

최근에는 인근에 청주테크노폴리스와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또다시 위기를 맞고 있다. 특히 해마다 번식기만 되면 수많은 백로들로 인해 생기는 소음과 악취, 깃털 날림 등을 이유로 인근 아파트 단지 주민 등의 민원이 이어져 "이곳에서도 결국 쫓겨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높다.

게다가 공단 부지 및 택지개발의 압박까지 겹쳐 '도시 속의 섬'으로 남겨질 처지에 놓여 있는 등 최대의 시련기를 맞고 있다.

◆취재팀, 2월부터 집중 관찰 진행 중

'세계적인 생명터 미호강 대탐사' 취재팀은 지난 2월 20일부터 송절동 백로서식지에 대한 집중 관찰을 진행해 오고 있다. 이곳을 찾는 백로류의 생태 특성 등을 알아보기 위해서다.

중부매일 취재팀은 지난 2월부터 충북 청주시 송절동 백로서식지에 대한 집중 관찰을 통해 희소종 아물쇠딱다구리(사진) 등 26종의 조류를 확인함으로써 이곳 백로서식지가 생태 보루 역할까지 하고 있음을 재입증했다./김성식
중부매일 취재팀은 지난 2월부터 충북 청주시 송절동 백로서식지에 대한 집중 관찰을 통해 희소종 아물쇠딱다구리(사진) 등 26종의 조류를 확인함으로써 이곳 백로서식지가 생태 보루 역할까지 하고 있음을 재입증했다./김성식

관찰 결과 흥미로운 점을 확인했다. 이곳 서식지를 찾는 백로류는 왜가리(학명 Ardea cinerea), 중대백로(Ardea alba modesta), 중백로(Egretta intermedia), 쇠백로(Egretta garzetta), 황로(Bubulcus ibis), 해오라기(Nycticorax nycticorax) 등 모두 6종으로 확인된 가운데 이 중 왜가리가 가장 이른 시기인 2월부터 날아와 둥지를 트는 것으로 관찰됐다. 왜가리의 둥지 위치는 서식지에서 가장 높은 나뭇가지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어 3월에 들어서면서 중대백로가 날아와 둥지를 틀었다. 중대백로 역시 왜가리와 비슷한 위치에 둥지 틀기를 선호했다. 새들의 둥지 위치는 서식지 내에서 자신들의 세력권과 관련이 있기에 간혹 다툼을 벌일 정도로 중시한다.

왜가리와 중대백로는 몸길이가 각각 93cm, 90cm로 거의 비슷한 데다 둥지 위치, 서식 공간 등 겹치는 부분이 많아 태생적으로 서로 티격태격하는 사이다.

이들 대형 백로류가 서식지에서 자리를 잡고 나면 이어서 중백로, 쇠백로, 해오라기, 황로 등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날아와 번식에 들어간다. 이들 중소형의 백로류는 왜가리와 중대백로의 둥지보다 비교적 낮은 위치에 둥지를 튼다.

왜가리와 중대백로처럼 대형 백로류가 다른 백로류보다 이르게 번식 활동에 들어가는 이유는 자신들의 생태달력에 맞춰 차질없이 새끼 키우기를 마치려는 본능으로 이해된다. 둥지 트는 기간과 알 낳는 기간, 알 품는 기간(25~28일), 새끼 기르는 기간(약 40~50일) 등을 감안한 종 차원의 생존전략이다.

◆도래(渡來) 개체 수 감소 조짐

올해 송절동 백로서식지의 또 다른 특징은 변화의 조짐이 확연히 드러나고 있다는 점이다. 아직 시기적으로 단정 지을 단계는 아니지만, 5월 초까지의 상황을 종합해 보면 올해 이곳을 찾는 백로류의 총 개체수는 예년에 비해 다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2~4월에 날아와 번식에 들어간 왜가리와 중대백로만 보더라도 그 숫자가 상당수 줄어들었다는 게 조류전문가와 사진작가들의 중론이다.

이런 가운데 중백로, 쇠백로 등 중소형 백로류가 송절동 백로서식지 인근으로 둥지터를 옮기고 있어 주목된다. 5월 초 현재 송절동 백로서식지를 찾은 중백로와 쇠백로는 거의 대부분 본래의 서식지에서 동쪽으로 약 300m 떨어진 소나무밭으로 이동해 둥지를 짓는 등 변화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도래 개체수의 감소가 예상되고 중소형 백로류들이 둥지터를 옮겨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서식지 부근에서 끊임없이 진행되고 있는 각종 공사 등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특히 백로서식지 주변에 있던 여러 시설물이 최근에 모두 철거된 뒤 평지로 다듬어지면서 백로서식지만 덩그러니 남게 되는 등 주변 환경이 크게 달라진 점을 지적했다.

◆"송절동 백로서식지는 중요한 생태 보루"

청주 송절동 백로서식지에는 백로류 외에 여러 새들이 서식한다. 이번 집중 관찰 기간 중 확인한 조류만 하더라도 새호리기(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황조롱이(천연기념물), 청딱다구리, 오색딱다구리, 아물쇠딱다구리, 쇠딱다구리, 큰유리새, 딱새, 직박구리, 붉은머리오목눈이, 오목눈이, 박새, 쇠박새, 동고비, 곤줄박이, 멧비둘기, 참새, 노랑턱멧새, 방울새, 되새, 밀화부리, 찌르레기, 어치, 물까치, 까치, 까마귀 등 26종에 이른다.

백로류의 서식 및 번식지 역할만 하는 게 아니라 도시산림의 주요 종들이 찾아와 생활하는 생태 보루의 역할까지 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미호강의 대표 겨울철새 '대백로'

미호강엔 송절동 백로서식지를 찾는 6종의 백로류 외에도 대백로(Ardea alba alba)가 찾아온다. 대백로는 겨울철새이기에 여름철 백로서식지에서는 관찰할 수 없는 종이다.

대백로(몸길이 104cm)는 명칭대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백로류다. 아종인 중대백로는 물론 왜가리보다도 더 크다. 겨울철 이동하지 않고 국내에 남아 있는 중대백로와 구별되는 특징은 다리의 무릎 경부가 주황색(중대백로는 검은색)을 띤다는 점이다.

충북 청주시 송절동 백로서식지를 찾은 백로류들이 인근 무심천에서 먹이활동을 하고 있다. 이처럼 청주 무심천과 미호강은 송절동 백로서식지의 배후 먹이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김성식
충북 청주시 송절동 백로서식지를 찾은 백로류들이 인근 무심천에서 먹이활동을 하고 있다. 이처럼 청주 무심천과 미호강은 송절동 백로서식지의 배후 먹이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김성식

겨울철 미호강에서 만나는 커다란 백로류는 대백로인 경우가 많다. 특히 수은주가 영하 10도 이하로 내려간 추운 겨울날 미호강의 제방 밑 양지 등에서 수십 마리가 떼지어 추위를 피하고 있는 모습은 미호강의 대표적인 겨울 생태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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