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전후 서식환경 변화로 물고기 6종 자취 감춰

미호강 수계에서는 그동안 적지 않은 물고기들이 자취를 감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가운데 2005년을 전후해 미호강에서 사라진 것으로 추정되는 감돌고기, 다묵장어, 쉬리, 자가사리, 뱀장어(실뱀장어)의 모습./김성식
미호강 수계에서는 그동안 적지 않은 물고기들이 자취를 감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가운데 2005년을 전후해 미호강에서 사라진 것으로 추정되는 감돌고기, 다묵장어, 쉬리, 자가사리, 뱀장어(실뱀장어)의 모습./김성식

◆하천생태계에서 어류상의 중요성

미호강의 생태계에서 어류상이 갖는 의미는 자못 크다. 어류상은 '특정 수역에서 살고 있는 모든 물고기의 종류'를 말하며 흔히 어류목록이라고도 한다.

어류상은 하천생태계의 민낯이다. 하천생태계의 속내를 훤히 들여다 볼 수 있는 거울 같은 존재다. 어류상은 단순히 서식 종을 나열한 것에 그치지 않고 그들이 사는 하천 생태계의 변화를 읽을 수 있는 주요 단서다. 하천 생태계의 변화를 읽으려면 그 하천의 어류상 변화부터 들여다보는 것이 중요할 정도로 하천생태계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핵심 요소다.

미호강의 생태계 변화를 파악하는 데 있어 더욱 중요한 것은 시대별 어류상이다. 미호강의 시대별 어류상 추이를 비교 분석함으로써 하천생태계에 나타나고 있는 변화의 실상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호강에 현재 어느 물고기들이 살고 있는지를 알아보기 전에 미호강에는 어떤 변화가 오고 있고 그 변화의 빠르기와 세기는 어떠한지를 먼저 살펴봤다.

이를 위해 그동안 발표된 전문가들의 연구논문 3편을 집중 들여다봤다. 1983년 3월 발표된 '미호천의 담수어류상에 관한 연구(손영목 청주사범대학교 교수)', 2005년의 '미호천의 어류상과 어류군집 동태(손영목 청주사범대학교 교수·변화근 강원대학교 환경연구소)', 2020년 8월의 '미호천의 어류군집과 하천건강성 평가(박현수 충북생물다양성보전협회 사무처장)'란 연구논문이다.

◆미호강 생태계 변화의 민낯 '어류상 변화'

'학술적 고향'인 미호강에서 조차 사라질 위기에 놓인 미호종개(멸종위기 야생생물1급, 천연기념물)./김성식
'학술적 고향'인 미호강에서 조차 사라질 위기에 놓인 미호종개(멸종위기 야생생물1급, 천연기념물)./김성식

이들 논문의 내용 가운데 특히 관심 끄는 부분은 연구 조사가 이뤄질 때마다 미호강의 어류상에 적지 않은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각각의 조사를 통해 확인된 어류상의 변화 가운데서도 과거 연구에서 관찰됐던 어종이 당해 연구에서는 관찰되지 않아 사라진 어종 목록에 추가되는 경우가 적지 않아 특히 관심을 끌었다.

실례로 손영목·변화근 박사가 실시한 연구(2005년)에 의하면 조사지점이 같았던 직전 연구(1983년)에서는 관찰됐던 다묵장어, 뱀장어, 큰납지리, 쉬리, 감돌고기, 흰수마자, 쌀미꾸리, 눈동자개, 드렁허리 등 9종이 관찰되지 않았다.

두 박사는 이 가운데 쉬리, 감돌고기, 흰수마자, 눈동자개는 수환경이 나빠져 미호천(현 미호강) 수계에서 사라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하는 한편 다묵장어, 뱀장어, 큰납지리, 쌀미꾸리, 드렁허리는 좀 더 세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같은 논문(2005년)에서는 또 1991년 조사(손영목 박사)에서 확인됐던 미호종개도 출현하지 않아 "멸종위기 1급 종이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어종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은 크게 주목할 일이며 세밀한 조사를 통해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각 조사 연구에서 새롭게 관찰된 종들도 어류상 변화의 한 단면이다. 손영목·변화근 박사는 2005년 연구 조사를 통해 1983년 연구 조사에서 확인되지 않았던 떡붕어, 대륙송사리, 블루길, 큰입배스, 민물검정망둑, 가물치 등 6종을 새롭게 발견해 냈다. 이 중 떡붕어, 블루길, 큰입배스 등은 외래종으로 1982년 이후부터 유입된 것으로 추정했다. 대륙송사리와 가물치는 주변 농수로나 저수지에서 유입됐을 것으로 판단했다.

가장 최근인 2020년 8월 발표된 연구 조사에서도 어류상 변화가 나타났다. 박현수 충북생물다양성보전협회 사무처장이 실시한 이 연구 조사에 의하면 2005년도 조사(손영목.변화근 박사)에서 확인됐던 왜몰개, 칼납자루, 참중고기, 대농갱이, 자가사리, 가물치 등 6종이 확인되지 않아 주목됐다.

반면 큰납지리, 강준치, 흰줄납줄개, 참몰개, 미호종개, 빙어, 갈문망둑 등 7종이 새롭게 확인됐다. 같은 수계를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 조사에서 불과 15년 사이에 6종이 확인되지 않고 7종이 새로 확인된 것은 엄청난 어류상 변화다.

◆미호강에서 사라진 물고기들

미호강의 생태계와 관련한 어류상 변화 중 가장 심각한 상황은 물고기가 자꾸만 사라져 간다는 점이다. 앞의 연구 조사를 종합하면 2005년을 전후해 6종의 물고기가 미호강에서 사라졌다. 다묵장어, 뱀장어, 쉬리, 감돌고기, 눈동자개, 자가사리가 그들이다.

이 가운데 다묵장어, 뱀장어, 쉬리, 감돌고기, 눈동자개는 2005년 이전에 미호강에서 자취를 감췄고 자가사리는 2005년 이후에 사라진 것으로 여겨진다. 이들 물고기는 모두 수질 악화, 하상 변화, 보 건설 같은 서식환경 변화와 관련된 어종들이어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다묵장어는 유생시기와 변태를 거쳐 성어가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서식환경 악화로 2005년 이전에 미호강에서 사라진 것으로 추정됐다. 쉬리는 물이 맑고 깨끗하며 바닥에 자갈이 많이 깔린 여울을 선호하는데 이러한 서식 환경이 변화하고 악화된 것이 쉬리를 사라지게 한 가장 큰 원인으로 꼽혔다. 감돌고기 역시 서식 환경 변화에 민감해 2천년대 초 무렵에 미호강에서 모습을 감춘 것으로 추정됐다. 감돌고기는 현재 멸종위기야생생물 Ⅰ급이어서 아쉬움이 더 크다.

자가사리와 눈동자개는 하천 중상류의 자갈과 큰 돌이 많은 지역에 사는데 수질 악화와 하상 교란 등으로 자취를 감췄다. 뱀장어는 미호강의 본류인 금강 하류에 하구둑이 생기면서 사라진 대표적인 어종이다.

◆2005년 이후 서식 및 개체 수가 불안정해진 어종

미호강에는 2005년 이후 서식 및 개체 수가 불안정해진 물고기들이 있다. 이들은 언제 미호강에서 자취를 감출지 모르는 백척간두의 어종들이다.

미호종개, 흰수마자, 드렁허리가 그들이다. 이 중 미호종개와 흰수마자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법정 보호종(미호종개는 천연기념물 중복지정)이다. 두 어종은 미호강을 대표하는 물고기로서 추후 자세하게 다룰 예정이다.

미호종개와 함께 미호강을 대표하는 물고기이면서 점차 자취를 감춰가고 있는 흰수마자(멸종위기 야생생물1급)./김성식
미호종개와 함께 미호강을 대표하는 물고기이면서 점차 자취를 감춰가고 있는 흰수마자(멸종위기 야생생물1급)./김성식

미호종개는 2005년 이후 서식 여부가 불투명하다가 최근 조사에서 소수 개체이지만 잇따라 발견돼 주목된다. 미호강에서 처음 발견돼 명칭에 '미호'가 붙여진 특별한 인연을 가진 물고기다.

흰수마자는 조사에 따라 확인이 안 되는 경우가 더 많을 정도로 사라질 위기에 놓여 있다. 특히 2004~5년도 조사와 2018년 조사에서 잇따라 발견되지 않아 미호강에서의 대끊김이 우려돼 왔다. 하지만 최근 미호강 중하류에서 다시 발견돼 희망을 준다. 미호종개와 서식환경이 비슷해 함께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김성식 환경생태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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