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부터 증평 보강천에 둥지 틀어 매년 새끼 낳아

새로 태어난 '미호강 마스코트' 솔부엉이 3남매
새로 태어난 '미호강 마스코트' 솔부엉이 3남매

 

솔부엉이, 보강천서 3년째 번식

미호강의 여름새와 관련해 특별히 기록으로 남길 만한 내용은 천연기념물 솔부엉이가 최근 들어 해마다 찾아와 번식함으로써 '새로운 밤의 지배자'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솔부엉이는 지난 2021년부터 매년 여름 날아와 미호강 수계인 증평 보강천 변 노거수에서 둥지를 틀고 새끼를 번식하고 있다. 올해는 3마리의 새끼를 번식했다. 진한 밤색의 깃털에 선명한 노란색 눈이 인상적인 솔부엉이는 부엉이 특유의 귀깃(뿔깃)이 없고 크기도 비교적 작아(몸길이 약 30cm) 맹금류치고는 귀여운 편에 속한다. 해서 미호강의 솔부엉이 존재를 아는 이들은 이미 '미호강의 마스코트'로 부른다.

야행성이어서 해 질 무렵부터 활동하기 시작해 해 뜰 무렵까지 활동한다. 낮 시간대에도 가끔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는데 작고 낮은 소리로 "후~ 후~ 후~" 운다. 육추기에 새끼들에게는 주로 나방류 같은 곤충을 잡아다 먹인다. 가로등 주변에서 먹잇감이 날아오길 기다렸다가 재빨리 낚아채는 모습에서 맹금류의 일면이 느껴지기도 한다.
 

 

국내서 태어난 '귀한 몸' 참매 '귀한 방문'

지난 8월 중순 미호강 변의 소류지를 깜짝 방문한 '귀한 몸' 참매 유조. /김성식
지난 8월 중순 미호강 변의 소류지를 깜짝 방문한 '귀한 몸' 참매 유조. /김성식

또 특별한 사례로는 겨울철새인 참매(천연기념물,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가 한여름인 8월 중순에 미호강 변의 한 소류지에 모습을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당시 취재팀은 소류지에서 여름새인 쇠물닭의 육추 장면을 촬영하고 있었는데 그 현장을 갑자기 참매가 습격해 쇠물닭들이 혼비백산했다. 겨울에나 찾아오는 참매가 한여름에 미호강에 출현한 사례는 매우 이례적이다.

해서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했다. 조해진 박사(한국환경생태연구소 부소장)는 "이번에 미호강을 찾았던 참매는 올해 태어난 유조(어린새)로 보인다"며 "우리나라에서 매우 드물게 태어나는 귀한 몸"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 태어났지만 한여름에 미호강에 나타난 것은 그리 흔한 일이 아니란 해석이다.

참매는 수릿과 새매속의 맹금류로 겨울에도 미호강에는 드물게 찾아온다. 같은 속의 새매와 흡사하나 새매보다 훨씬 크고 눈썹선도 더 굵고 뚜렷하다.

 

여름밤 소쩍새 우는 미호강은 옛말

미호강의 여름철 조류상에 있어 최근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현상은 천연기념물 소쩍새의 급감 현상이다. 예전에 비해 개체 수가 현저히 줄어들어 낮에 나뭇가지에 앉아 휴식하는 모습을 관찰하기는커녕 밤이 돼도 울음소리마저 듣기 어려운 실정이다. 취재팀은 소쩍새가 지난해까지 찾아왔다는 청주시 청원구 석화천 일대(미호강 지류)를 중심으로 최근 집중 탐사에 나섰으나 소쩍새를 관찰하는 데 실패했다. 그만큼 미호강 관내에서 소쩍새를 관찰하기가 매우 힘들어졌음을 반증한다.

소쩍새 자체의 개체 수 감소와 서식지 파괴, 특히 둥지 틀 장소의 감소 및 먹잇감 부족 등이 소쩍새가 사라지는 가장 큰 원인으로 생각된다. 소쩍새를 비롯한 야행성 조류들이 공통으로 겪고 있는 서식환경 변화, 예를 들어 농촌지역의 도시화에 따라 점차 보급률이 늘어나고 있는 가로등 불빛의 부정적인 영향 등도 한몫을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소쩍새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 농촌의 정감을 대변하는 정서적 랜드마크였다. "소쩍 소쩍" 하며 우는 독특한 울음소리는 듣기만 해도 고향 모습을 절로 떠올리게 하는 강력한 '음성 키워드'였다. 그러나 최근 개체 수가 급감하면서 그런 역할과 기능은 옛일이 되고 말았다.

 

때까치·밀화부리 감소세…지빠귀류는 증가세

미호강의 여름철 조류상과 관련해 또 하나 눈에 띄는 변화는 지빠귀류가 의외로 많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예전에 비교적 흔했던 때까치류, 밀화부리(되샛과) 등은 개체 수가 줄어든 반면 되지빠귀, 흰배지빠귀, 노랑지빠귀 등은 오히려 그 숫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실제로 미호강 지류인 청주 무심천 상류의 내암리 계곡만 하더라도 최근 들어 되지빠귀, 흰배지빠귀, 노랑지빠귀가 둥지를 틀고 새끼를 번식하는 장면이 곧잘 관찰되는 등 예전과는 다른 조류상을 보이고 있다.

이같은 변화의 요인은 주변 산림이 예전에 비해 훨씬 더 우거진 데 따른 서식 환경의 변화로 이해된다. 과거 농촌지역의 산림과 오늘날 농촌지역 산림의 차이가 조류상의 차이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비유하자면 예전 사람들은 때까치나 밀화부리를 보며 생활했다면 요즘 사람들은 되지빠귀나 흰배지빠귀, 노랑지빠귀 등을 보며 생활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서도 꾸준히 자리를 지켜오고 있는 보호종 여름새는 새호리기(멸종위기야생생물 2급)와 붉은배새매(천연기념물,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이다. 새호리기는 매과, 붉은배새매는 수릿과의 여름철새이지만 도시 숲속에서도 곧잘 번식하는 공통점이 있다. 특히 새호리기는 청주 송절동 백로번식지 인근에서 자주 목격됐으며 붉은배새매는 청주 우암산에서 수차례 발견됐다.
 

미호강의 오랜 단골손님 쇠물닭

올여름 미호강 변 소류지에서 6마리의 새끼를 번식한 쇠물닭. /김성식
올여름 미호강 변 소류지에서 6마리의 새끼를 번식한 쇠물닭. /김성식

미호강의 여름 물가새 가운데 해마다 찾아와 새끼를 번식하는 종으로 쇠물닭을 빼놓을 수 없다. 뜸부깃과의 여름철새로 미호강 주변의 크고 작은 소류지에 해마다 찾아와 둥지 틀고 한배에 보통 5~6마리의 새끼를 부화해 기른다.

뜸부기가 사라진 미호강의 품안을 그나마 쇠물닭이 잊지 않고 찾아옴으로써 뜸부깃과의 명맥을 근근이 이어가고 있다./김성식 환경생태전문기자

 

'청주 백로서식지' 조류 생태계 근간

쇠물닭, 뜸부깃과 명맥 이어 

지난 6월 청주시 흥덕구 송절동 백로서식지에서 육추 중인 중대백로 가족. /김성식
지난 6월 청주시 흥덕구 송절동 백로서식지에서 육추 중인 중대백로 가족. /김성식

미호강을 대표하는 여름 물가새는 단연 백롯과 새들을 꼽을 수 있다. 특히 청주 송절동 백로서식지는 미호강 수계를 찾는 백롯과 새들의 주요 번식지로서 더없이 소중한 서식 배경이 되고 있다.

이곳을 찾는 백롯과 새로는 왜가리, 중대백로, 중백로, 쇠백로, 황로, 해오라기 등이 있다. 해마다 2~3월 이후 번식기가 되면 이들 새 약 1천 마리가 날아와 둥지를 틀고 번식에 들어간다. 이들이 번식을 마치는 8~9월이 되면 2천 마리 이상으로 불어나 장관을 이룬다. 미호강 조류 생태계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생태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지닌 곳이 송절동 백로서식지다.

그럼에도 갈수록 거세지는 서식지 주변의 개발 압력으로 인해 대체 서식지 조성 논의가 끊임없이 제기되는 등 앞날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청주 남중학교와 서원대학교에서 있었던 '옛 서식지 관련 교훈'은 아직 시민들의 기억 속에 생생하다. 더이상 인위적으로 서식지를 간섭하는 정책 결정이 이뤄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과거의 정책 결정이 실수였다면 앞으로의 정책 결정은 실패로 남을 수 있음을 명심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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