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2km 전 구간 탐사보도 1년 일정 마무리
미호강 생태계 현실 되짚어보고 보호·관리방안 제시

[중부매일 김성식 환경생태전문기자] 지난해 2월 3일 시작한 중부매일 창간 33주년 특별기획 '세계적인 생명터 미호강 대탐사'가 마무리됐다. 충북 음성 마이산에서 세종특별자치시 합강동에 이르는 89.2km 전 구간을 탐사 보도한 1년간의 일정이 48회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이번 탐사는 미호강 생태계의 실체를 속속들이 들춰내 미호강이 왜 세계적인 생명터인지를 입증하는 대장정이었다. 2022년 7월 7일자로 미호천에서 미호강으로 명칭 변경된 역사적인 전환점을 계기로 미호강 생태계의 현실을 되짚어보고 앞으로 가야 할 보호·관리 방안을 제시하는 게 주목적이었다.

생태계 전반을 다룬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부담감이 있었지만 나름대로 보람도 적지 않았다. 미호강의 새로운 모습을 마주했을 땐 희열마저 느꼈다. 회를 거듭할수록 독자들의 많은 관심과 응원이 큰 힘이 됐다. "탐사 기간 내내 가슴 벅찼다"는 말로 탐사를 마치는 소회를 대신하며 독자들에게 깊이 감사드린다.
 

선물처럼 다가온 '반가운 이변' 속출

지난해 12월 22일 미호강을 깜짝 방문한 혹고니 가족이 청주 작천보 안에서 휴식하고 있다. 주황색 부리를 가진 오른쪽의 두 마리가 부모새이고 그 뒤를 따르는 두 마리가 새끼새(유조)이다.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야생생물 1급인 혹고니는 동해안의 석호 등에 극소수가 찾아올 정도로 매우 드문 '희귀종 중의 희귀종'이다./김성식
지난해 12월 22일 미호강을 깜짝 방문한 혹고니 가족이 청주 작천보 안에서 휴식하고 있다. 주황색 부리를 가진 오른쪽의 두 마리가 부모새이고 그 뒤를 따르는 두 마리가 새끼새(유조)이다.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야생생물 1급인 혹고니는 동해안의 석호 등에 극소수가 찾아올 정도로 매우 드문 '희귀종 중의 희귀종'이다./김성식

이번 탐사는 시작부터 남달랐다. 탐사가 시작되자 반가운 손님들이 연이어 날아들었다. 이변이라 할 만큼 뜻밖의 일들이 잇따랐다.

가장 먼저 찾아온 손님은 재두루미(천연기념물,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였다. 2022년 12월 18일 청주 인근 미호강에서 4마리가 첫 목격된 후 2023년 2월 8일까지 53일간 모두 809마리가 확인됐다. 이 숫자는 미호강에서 관찰된 가장 많은 기록이다. 탐사팀은 53일 동안 37차례 조사를 펼쳐 1회당 평균 22마리의 재두루미를 관찰했다. 적지 않은 숫자다.

그다음으로 찾아온 손님은 노랑부리저어새(천연기념물,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였다. 탐사팀은 지난해 1월 8일 미호강과 무심천의 합수머리에서 노랑부리저어새 1마리를 관찰한 후 약 한 달간의 집중 추적에 들어갔다. 그 결과 모두 8회에 걸쳐 21마리를 관찰했다. 1회당 평균 2.6마리꼴이다. 1월 18일엔 6마리가 관찰됐다. 서남해안의 하구와 간척지 등에서 주로 관찰되는 겨울철새가 돌연 내륙 깊숙한 곳에서 여러 차례에 걸쳐 출현했다는 점에서 매우 이례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세 번째 손님은 가창오리였다. 탐사팀은 지난해 2월 16일 진천 백곡저수지에서 약 3만 마리의 가창오리 떼를 확인한 데 이어 이튿날엔 초평저수지에서 약 1만2천 마리를 확인했다. 금강하구, 서해안 간척지 등에서 주로 관찰되는 가창오리가 해빙기에 적잖은 무리를 이뤄 내륙인 미호강 중상류에 나타난 것 역시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졌다.

탐사팀을 더욱 놀라게 한 손님은 진천 백곡천의 황새(천연기념물, 멸종위기야생생물 1급) 커플이었다. 탐사팀은 지난해 6월 21일 미호강 지류인 진천 백곡천 상류에서 송전탑에 둥지 틀고 있는 황새 2마리를 확인했다. 1994년 9월 일명 '음성 과부황새'로 불리던 우리나라 마지막 텃새 황새(텃황새)가 죽은 지 29년 만의 일이다. 미호강 변에서 시작된 한반도 황새 복원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자연으로 돌려보내진 예비 텃황새가 텃황새의 고향을 찾은 것만 해도 경사인데 2마리가 찾아와 쌍을 이뤄 둥지까지 틀었으니 반가움이 더 컸다.

12월 22일에는 혹고니(천연기념물, 멸종위기야생생물 1급) 가족이 깜짝 방문했다. 부모새 2마리, 새끼새 2마리로 이뤄진 혹고니 가족은 이날 미호강 작천보에 잠시 내려앉아 휴식한 후 다시 이동했는데 이들이 미호강을 찾은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동해안의 석호 등에 극소수가 찾아올 정도로 매우 드문 새여서 '희귀 종 중의 희귀종'으로 불린다.

새해 1월 12일 미호강에 나타난 매가 먹이활동 후 물가를 찾았다.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인 매는 섬의 절벽 등에서 번식하고 겨울에는 습지 주변의 개활지를 찾는 드문 텃새다. /김성식
새해 1월 12일 미호강에 나타난 매가 먹이활동 후 물가를 찾았다.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인 매는 섬의 절벽 등에서 번식하고 겨울에는 습지 주변의 개활지를 찾는 드문 텃새다. /김성식

새해 1월 12일에도 귀한 손님이 찾아왔다.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인 매가 미호강을 찾아 먹이 활동하는 모습이 관찰됐다. 매는 섬의 절벽 등에서 번식하고 겨울에는 습지 주변의 개활지를 찾는 드문 텃새다.

 

'다양성 풍부한 생태보고' 입증

중부매일 취재팀이 지난 7월 미호강 지류인 조천 상류에서 확인한 한국꼬마잠자리의 새로운 서식지(세종특별자치시 전의면 소재) 모습과 당시 촬영한 한국꼬마잠자리 암컷(왼쪽) 및 수컷. /김성식
중부매일 취재팀이 지난 7월 미호강 지류인 조천 상류에서 확인한 한국꼬마잠자리의 새로운 서식지(세종특별자치시 전의면 소재) 모습과 당시 촬영한 한국꼬마잠자리 암컷(왼쪽) 및 수컷. /김성식

탐사팀은 지난해 7월 30일 세종시 전의면 관내 조천 상류에서 한국꼬마잠자리(멸종위기야생생물 2급)를 찾아낸 것을 비롯해 법정보호종 74종이 미호강 수계에 서식 분포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문화재청의 천연기념물 27건, 환경부의 멸종위기야생생물 29종, 산림청의 희귀식물 18종이 해당한다.

이로써 미호강이 다양성 풍부한 생태보고임을 입증한 셈이다. 생태다양성을 보호 생물종의 많고 적음에 따라 가늠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지만, 생태보고로서의 미호강이 지니는 생태다양성을 설명하는 데는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미호강을 세계적인 생명터로 부르는 이유 중의 하나가 다양성 풍부한 생태보고라는 데 있음은 이미 밝힌 바 있다. 미호강이 다른 강에 비해 길이는 짧지만 품 안에 여러 보호 생물종을 품고 있는 것 자체가 미호강의 자연생태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특성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천연기념물의 경우 본류인 금강의 천연기념물(48건) 중 절반 이상인 56.3%가 지류인 미호강에 존재하고 있음이 확인됐는데 이 역시 미호강 생태계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지자체·지역민 합심해 소중한 생명터 지켜나가야

'미호강스러움' 잃지 않고 도도한 흐름 이어가길

미호강을 찾은 황오리들이 인근의 미호평야를 찾아 먹이활동을 하고 있다. 탐사팀은 황오리를 위한 안정된 먹이터와 휴식터 확보가 시급함을 강조했다.  /김성식
미호강을 찾은 황오리들이 인근의 미호평야를 찾아 먹이활동을 하고 있다. 탐사팀은 황오리를 위한 안정된 먹이터와 휴식터 확보가 시급함을 강조했다.  /김성식

탐사팀은 미호강을 찾는 주요 생물종들이 앞으로도 계속해서 미호강을 찾도록 하기 위한 방안도 제시했다. 재두루미, 노랑부리저어새, 황새 같은 보호종은 물론 미호강의 대표 겨울철새로서 미호강의 상징이 된 황오리의 경우 안정된 먹이터와 휴식터 확보가 시급함을 강조했다. 나아가 이들을 안전하게 지켜나가는 일은 해당 지자체, 경작지 농민뿐만 아니라 지역민·단체가 모두 머리를 맞대고 노력할 때 가능하다는 점도 덧붙였다.

황오리의 먹이터 상황이 점점 악화하고 있음도 지적했다. 축사, 비닐하우스 등의 시설물이 갈수록 많아지면서 먹이터인 농경지가 계속 줄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철새 도래지 주변의 전봇대와 농사용 시설을 제거하는 다른 지자체를 본받을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했다.

독수리, 흰꼬리수리 같은 맹금류 숫자가 갈수록 많아지고 있지만 먹잇감이 크게 부족하다는 지적도 했다. 독수리의 경우 북상기에 하루 많게는 40~50마리가 관찰되기도 하지만 먹을거리가 없어 폐비닐을 물어뜯는 개체가 관찰되는 등 측은할 정도의 상황이란 점도 알렸다.

미호강 변에 위치한 청주 정북동토성이 앞으로 미호강이 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는 얘기도 했다. 지키고 보호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지역민이 언제나 다가가 함께할 수 있는 '친근한 공간'으로 정착시키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강조했다. 최근에 들어선 청주 정북동 생태역사공원도 조성사업만으로 끝나지 말고 관리 운영에 심혈을 쏟아 미호강과 정북동토성이 생태와 역사가 어우러진 진정한 명소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할 것도 주문했다.

이번 탐사는 '미호강이 미호강스럽다'는 것을 다시금 실감케 한 계기가 됐다. 부디 미호강이 미호강스러움을 잃지 않고 내륙의 젖줄로서 도도한 흐름을 이어갔으면 하는 바람이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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