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무심천 상류서 고란초 새 군락지 발견… 오래된 자생지로 확인

지난 6월 중부매일 취재팀이 청주 무심천 상류에서 찾아낸 고란초 군락지. 선도산 자락의 계곡에 자리한 이 군락지는 2천여 개체의 고란초가 자라는 대규모 자생지다. 원안은 고란초 잎 뒷면에 있는 포자낭군./김성식  
지난 6월 중부매일 취재팀이 청주 무심천 상류에서 찾아낸 고란초 군락지. 선도산 자락의 계곡에 자리한 이 군락지는 2천여 개체의 고란초가 자라는 대규모 자생지다. 원안은 고란초 잎 뒷면에 있는 포자낭군./김성식  

 

고란초 새 군락지 발견

미호강의 식물류와 관련해 특히 주목해야 할 식물이 있다. 고사리목 고란촛과의 고란초(Selliguea hastata)다.

'세계적인 생명터 미호강 대탐사'를 진행 중인 중부매일 취재팀은 지난 6월 미호강 지류인 청주 무심천 상류에서 대규모 고란초 군락지를 발견했다. 존재가 처음 알려진 이 고란초 군락지는 청주 선도산 자락의 한 계곡 절벽에 자리하고 있다. 자생지 보호를 위해 정확한 위치는 공개하지 않는다.

면적은 높이 10~20m, 폭 50m 가량으로 고란초 군락지치고는 넓은 편이다. 개체 수도 많다. 적게는 수십에서 많게는 수백 개체의 작은 군락이 수십 개에 이른다. 전체적으로 2천 개체가 넘어 보인다. 자생지 내의 고란초는 이파리에 두 줄의 포자낭군을 달고 있는 것부터 이제 막 한창 자라는 것까지 다양하게 자라고 있다. 아주 작은 것까지 합하면 개체 수는 훨씬 더 많아진다.

이곳 고란초 군락지는 산속 계곡의 북향 절벽에 있어 항상 습하고 그늘진 곳이다. 계곡물이 연중 흐르는 곳이어서 습한 기운이 역력하다. 군락지 안에는 고란초와 이끼류가 공생한다. 이 같은 서식 환경을 고려해 고란초를 수생 및 수변식물에 포함시켰다.

무심천 상류에서 고란초가 발견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2012년 모 학교 학생들이 청주시 상당구 가덕면 관내에서 찾아낸 게 처음이다. 11년 만에 찾아진 선도산 자락의 새 군락지는 의미가 크다. 커다란 군락을 이뤄 자생하는 것으로 보아 무심천, 나아가 미호강이 오래전부터 고란초의 터전이었음을 보여준다.

고란초는 산림청 지정 희귀식물(약관심종, LC)인 보호종이다. 고란초는 충남 부여의 고란사 뒤편 절벽에 자라고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고란사의 고란초는 환경변화 등으로 개체 수가 줄어들어 고란사와 문화재 당국이 개체 보호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개체 수가 늘지 않아 명맥만 간신히 이어가고 있다.

고란초는 양치식물에 속하는 고사리목 고란촛과의 늘푸른 여러해살이풀이다. 한국과 중국, 일본 등 아시아가 원산지다. 고란초 잎은 매우 특이하게 생겼다. 단엽이며 가장자리가 밋밋하고 끝으로 갈수록 뾰족하다. 잎 표면은 녹색이고 뒷면은 흰빛이 돈다. 포자로 번식하는 고란초는 잎에 포자낭군을 갖고 있다. 포자낭군은 황갈색이며 잎 뒷면에 두 줄로 배열해 있다.
 

 

미호강의 보호 수생·수변식물

충북 진천군 관내 미호강 수계에서 관찰된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이자 산림청 지정 희귀식물 가시연. /김성식
충북 진천군 관내 미호강 수계에서 관찰된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이자 산림청 지정 희귀식물 가시연. /김성식

미호강 수계에서 관찰된 법정 보호종 수생·수변식물로는 고란초 외에 가시연, 흑삼릉, 통발, 물질경이, 새박 등이 있다.

가시연(수련과, Euryale ferox)은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이자 산림청 지정 희귀식물 취약종(VU)이다. 미호강 수계에서는 진천군 관내 일부 습지에서 소수 개체가 확인됐다. 정상적으로 자라 꽃을 피우는 개체가 거의 없고 어린 개체만 자라는 것으로 보아 환경이 악화했거나 과거 어느 시기엔가 외부로부터 인위적으로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

산림청 지정 희귀식물 취약종으로 '청주 무심천 식물상을 대변하는 흑삼릉'. 잦은 하상 정리와 준설 공사로 인해 개체 수가 급속히 줄고 있다. /김성식  
산림청 지정 희귀식물 취약종으로 '청주 무심천 식물상을 대변하는 흑삼릉'. 잦은 하상 정리와 준설 공사로 인해 개체 수가 급속히 줄고 있다. /김성식  

흑삼릉(흑삼릉과, Sparganium stoloniferum)은 산림청 지정 희귀식물 취약종(VU)이다. 미호강 지류인 무심천 중상류에 자생지가 있으나 되풀이되는 하상 정리와 준설 공사로 인해 자생지가 크게 훼손돼 개체 수가 급속히 줄어들고 있다. 대책 마련이 없는 한 무심천 자생지는 얼마 안 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청주 무심천과 증평·진천군 관내 미호강 습지에서 관찰된 통발(산림청 지정 희귀식물 취약종). /김성식
청주 무심천과 증평·진천군 관내 미호강 습지에서 관찰된 통발(산림청 지정 희귀식물 취약종). /김성식

산림청 지정 희귀식물 취약종(VU)인 통발(통발과, Utricularia japonica)은 여러해살이 벌레잡이식물이다. 미호강 수계에서는 청주 무심천을 비롯해 증평군, 진천군 관내 습지에 자생한다. 난초꽃을 닮은 노란 꽃을 피우는 게 특징이다. 뿌리가 없어 물에 떠서 자라며 뿌리처럼 생긴 수중경에 포충낭이 있어 벌레를 잡아먹는다.

물질경이(Ottelia alismoides)는 자라풀과의 한해살이풀로 산림청 지정 희귀식물 약관심종(LC)이다. 이파리가 길가에 나는 질경이를 닮았으나 훨씬 크고 물속에서 자라는 특징이 있다. 꽃은 물 위에서 핀다. 미호강 수계에서는 청주 무심천 중상류와 진천군 관내 습지에서 소수 개체가 관찰됐다.

새박(박과, Melothria japonica)도 산림청 지정 희귀식물 약관심종(LC)이다. 하천변에서 자라며 덩굴성 한해살이풀이다. 새박이란 이름은 새알처럼 생긴 아주 작은 박을 열매 맺는다고 붙여졌다. 미호강 수계에서는 청주 무심천변과 증평군 관내 보강천변에서 관찰됐다.

낙지다리(돌나물과, Penthorum chinense) 역시 산림청 지정 희귀식물 약관심종(LC)이다. 물가 습지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로 줄기 윗부분에 열매가 맺히는 모양이 낙지다리를 닮았다하여 낙지다리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미호강 수계에서는 청주 무심천 상류 하천변에서 관찰됐다.

 

사라져가는 수생·수변식물들

미호강 수계에는 다양한 수생·수변식물들이 자생한다. 그중 중요한 종을 소개하면 수생식물로는 대가래, 생이가래, 말즘, 나자스말, 붕어마름, 검정말, 물수세미, 마름, 수염마름 등이 있다.

수변식물로는 큰고랭이, 세모고랭이, 낙지다리, 도루박이, 뚜껑덩굴, 솔방울고랭이, 노랑꽃창포, 질경이택사, 물옥잠, 물달개비 등이 자생한다.

그러나 앞서도 잠시 언급했듯이 잦은 하상 정리와 준설 공사로 인해 기존의 하상과 하천 주변이 크게 교란되면서 식물상 및 식물생태계에도 적지 않은 악영향을 주고 있다. 특히 하상 준설은 하천 바닥을 송두리째 들어낸다는 점에서 수생 및 수변식물들에게는 날벼락 같은 악영향을 끼친다.

실제로 '수생 및 수변식물의 보고'인 청주 무심천 상류에는 보호종인 흑삼릉, 물질경이, 새박, 낙지다리를 비롯해 큰고랭이, 도루박이, 뚜껑덩굴 같은 '무심천 식물상을 대변하는 주요 식물들'이 안정적인 군락을 형성하지 못하고 갈수록 개체 수가 적어지는 수난을 겪고 있다.

산림청이 희귀식물로 지정한 보호식물이 여러 종 자생하고 있음에도 지자체는 아랑곳하지 않고 하천관리 명목의 공사를 수시로 강행하고 있다. 최소한 공사 예정지에 어떤 보호종이 자생하고 있고 이들을 보호하려면 어떤 조치를 해야 하는지 등을 헤아리는 환경영향평가 등의 사전 절차를 밟는지조차 의심스럽다. 그렇지 않고서야 흑삼릉, 물질경이, 새박, 낙지다리 같은 보호종들의 자생지가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하상 준설 공사가 어떻게 계속 되풀이될 수 있겠는가.

하천관리상 필요한 공사를 추진하려면 당해 공사에 따라 예상되는 동식물의 서식환경 변화까지 고려하는 보다 친생태적인 고려 및 정책 결정이 앞섰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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