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종 '흰목물떼새' … 겨울철 모래톱서 자주 발견

흰목물떼새와 흡사한 꼬마물떼새. 꼬마물떼새는 흰목물떼새에 비해 몸길이가 작고 노란 눈테가 더 뚜렷한 게 특징이다./김성식
흰목물떼새와 흡사한 꼬마물떼새. 꼬마물떼새는 흰목물떼새에 비해 몸길이가 작고 노란 눈테가 더 뚜렷한 게 특징이다./김성식

◆물새와 섭금·수금류

물가 혹은 물에서 생활하는 새들을 흔히 물새(water bird)라고 부른다. 물새에는 긴 다리로 물가를 돌아다니며 생활하는 섭금류(涉禽類, Waders)와 물에서 물갈퀴로 헤엄치며 생활하는 수금류(水禽類, Waterfowls)가 있다.

섭금류(涉禽類)를 직역하면 '물가를 거니는 날짐승'이란 뜻이다. 영어로는 Waders 혹은 Shorebirds라고 하는데 이는 바닷가나 호숫가 같은 얕은 물 주변을 걸어다니며 생활하는 새란 의미를 갖는다. 여기에는 주로 도요류와 물떼새류가 포함된다. 넓은 의미의 섭금류에는 저어샛과, 황샛과, 백롯과가 포함되는데 이번 대탐사에서는 이들을 별도로 취급하고자 한다.

수금류(水禽類)는 '물에 사는 날짐승'이란 뜻으로 영어로는 waterfowl로 표현한다. 오릿과의 고니류, 기러기류, 오리류가 해당한다.

이번 편에서는 먼저 미호강을 찾는 섭금류를 살펴보고 다음 편에서 수금류를 살펴보기로 한다.

◆미호강의 대표 섭금류 흰목물떼새와 꼬마물떼새

멸종위기종 흰목물떼새(왼쪽)와 머리 장식깃이 독특한 댕기물떼새가 미호강의 한 모래톱을 지나고 있다. 겨울철 미호강 조류생태계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두 주인공이다./김성식
멸종위기종 흰목물떼새(왼쪽)와 머리 장식깃이 독특한 댕기물떼새가 미호강의 한 모래톱을 지나고 있다. 겨울철 미호강 조류생태계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두 주인공이다./김성식

미호강을 찾는 섭금류 가운데에는 텃새이면서 개체 수가 많지 않아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해 보호하는 새가 있다. 물떼샛과의 흰목물떼새(Charadrius placidus)다.

국립생물자원관의 자료에 따르면 흰목물떼새는 '국지적으로 번식하는 드문 텃새'로 국가적색목록 평가에 취약(VU) 등급으로 분류돼 있다. 국지적이란 표현은 이 새가 주로 강가의 자갈밭에서 소수가 번식하기 때문에 붙여진 설명으로 이해된다.

미호강에서 흰목물떼새를 비교적 쉽게 관찰할 수 있는 시기는 번식기가 아닌 겨울철이다. 겨울철에 미호강의 모래톱과 물가를 주의 깊게 관찰하면 어렵지 않게 아주 작은 새들이 종종걸음으로 바삐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들 중 일부가 흰목물떼새일 가능성이 높다. 바삐 움직이는 작은 새의 대부분이 할미샛과이지만 흰목물떼새도 의외로 적지 않다. 이 점이 미호강 자연생태계의 한 단면이기도 하다.

2023년 1~2월엔 무심천 합수부 인근에서 한꺼번에 5~6마리의 흰목물떼새가 무리를 이뤄 모래톱에서 휴식하고 있는 장면이 관찰되기도 했다. 미호강에서 흔히 볼 수 없는 광경이다.

흰목물떼새와 흡사해 자주 혼동하는 새인 꼬마물떼새(Charadrius dubius)도 미호강의 대표적인 섭금류다. 다만 흰목물떼새는 연중 붙박이로 사는 텃새인 데 비해 꼬마물떼새는 번식기에만 찾아오는 여름철새다.

두 종은 분류학상 물떼샛과로 과(科)가 같은 데다 생김새와 사는 곳, 울음소리도 비슷해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두 종이 다른 점은 일단 몸길이에서 차이가 있다. 꼬마물떼새는 몸길이가 16cm, 흰목물떼새는 21cm 정도로 흰목물떼새가 5cm 가량 더 크다. 또 꼬마물떼새는 부리도 짧고 다리도 짧은 데 비해 흰목물떼새는 부리와 다리가 꼬마물떼새보다 길다.

눈테와 눈선도 서로 다르다. 꼬마물떼새는 눈테가 노란 테 안경을 쓴 것처럼 노란색이 뚜렷하고 눈선도 검은색을 띠는 반면 흰목물떼새의 눈테는 노란색을 띠지만 가늘고 뚜렷하지 않으며 눈선도 완전히 검지 않고 갈색을 띤다.

가슴의 검은 색 줄무늬도 꼬마물떼새는 넓은 데 비해 흰목물떼새는 비교적 가늘며 전체적으로 중앙부가 좁은 나비넥타이 형태를 띤다.

◆미호강을 찾는 낯선 섭금류들

유난히 긴 핑크빛 다리를 가진 장다리물떼새가 미호강 수계인 청주 무심천 상류 습지대를 찾아 먹이활동을 하고 있다./김성식
유난히 긴 핑크빛 다리를 가진 장다리물떼새가 미호강 수계인 청주 무심천 상류 습지대를 찾아 먹이활동을 하고 있다./김성식

미호강을 찾는 섭금류 중에는 비교적 최근에 모습을 드러낸 낯선 종이 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새가 장다리물떼새(학명 Himantopus himantopus)다.

예전부터 드물게 찾아오는 길 잃은 새이나 최근엔 충남 서산 천수만 지역에서 번식 둥지가 관찰되는 등 여름철새로 정착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미호강에서는 봄철에 지나가는 통과철새로 관찰된다.

미호강 수계에서는 무심천과 무심천 합수부에서 지난 2021년부터 매년 4월 초순께 관찰되며 많게는 한꺼번에 100여 마리가 관찰된 적 있다. 소수 개체가 찾아올 땐 다른 물떼새류나 도요새류에 섞여 먹이활동하는 것이 관찰되기도 한다.

머리에 댕기모양의 장식깃을 가진 '멋쟁이새' 댕기물떼새(Vanellus vanellus)도 최근 들어 찾아오는 섭금류다. 우리나라에서는 흔하지 않은 겨울철새로 주로 갯벌과 간척지, 강하구 등에서 생활한다. 그럼에도 내륙을 흐르는 미호강 수계에서 최근 들어 이 새가 종종 관찰돼 관심을 끈다.

이 새가 주로 관찰되는 곳은 무심천 합수부를 중심으로 한 미호강 중하류의 물가 모래톱으로 대부분 1~2마리가 어울려 먹이활동을 하다가 사람이 다가가거나 천적이 나타나면 재빨리 날아 이동하는 모습을 보인다.

몸집에 비해 날개가 크고 긴 편이며 날 때에는 날개와 몸의 흰 부분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등 나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다.

이 새가 먹이를 잡아먹는 모습을 관찰하면 매우 흥미로운 동작을 엿볼 수 있다. 물가 바로 옆 모래톱 표면을 발로 여러 번 구른 뒤 기다렸다가 반응하는 먹잇감이 있으면 재빨리 낚아채 먹는다. 먹잇감으로는 수생곤충, 지렁이, 잠자리 유충 등을 주로 잡아먹는다.

미호강을 찾는 섭금류 가운데 비교적 흔하게 관찰되는 삑삑도요가 청주 무심천의 한 보에서 먹이를 찾고 있다./김성식
미호강을 찾는 섭금류 가운데 비교적 흔하게 관찰되는 삑삑도요가 청주 무심천의 한 보에서 먹이를 찾고 있다./김성식

일부 도욧과의 새들도 미호강을 찾는다. 도욧과 중 가장 많이 관찰되는 종은 삑삑도요(Tringa ochropus)다. 봄, 가을에 우리나라 전역에서 비교적 흔하게 관찰되며 일부는 겨울철에도 드물게 월동한다. 미호강에서는 봄, 가을은 물론 겨울철에도 볼 수 있다.

이 새는 전체적으로 몸 윗면은 회갈색, 배는 흰색을 띠지만 여름깃과 겨울깃이 다르다. 즉, 여름에는 머리와 뒷목에 줄무늬가 생겨나고 등과 날개에는 흰 반점이 뚜렷하게 나타나지만 겨울에는 머리와 뒷목의 줄무늬가 옅어지고 등과 날개의 흰 반점도 작아진다.

사진 중 삑삑도요의 사진은 청주 무심천에서 4월 초순에 촬영한 것으로 이미 등과 날개에 흰 반점이 많이 나 있음을 알 수 있다.

가장 큰 특징은 눈 주변이 희고 흰색 눈썹선이 앞쪽에만 있고 뒤쪽에는 없는 점이다. 유사종인 알락도요는 흰색 눈썹선이 뒤쪽에도 뚜렷이 나 있어 구별된다.

미호강을 찾은 꺅도요. 놀라 날아오를 때 '꺅꺅' 소리를 낸다고 해서 독특한 이름이 붙은 것으로 전해진다./김성식
미호강을 찾은 꺅도요. 놀라 날아오를 때 '꺅꺅' 소리를 낸다고 해서 독특한 이름이 붙은 것으로 전해진다./김성식

이름이 독특한 꺅도요(Gallinago gallinago)도 미호강을 찾아온다. 우리나라에는 봄, 가을에 비교적 흔하게 지나가는 통과철새이지만 일부개체는 드물게 겨울철새로 찾아온다. 미호강에서는 주로 봄에 물가 습지에서 관찰되며 여러 마리가 무리를 이뤄 활동한다.

긴 부리를 진흙 속에 집어넣고 위 아래로 움직이며 지렁이, 수서곤충, 작은 물고기 등을 잡아먹는다.

생김새는 이마에서 머리 꼭대기를 지나 뒷머리까지 이어지는 짙은 흑갈색 선이 2줄 나 있고 짙은 갈색의 눈선이 윗부리 기부에서 눈 뒤까지 이어진다.

사진 중 꺅도요의 사진 역시 봄철인 4월에 촬영했다./김성식 환경생태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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