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 마이산 정상부에 있는 '작은 연못' 발원샘 역할

충북 음성군 삼성면 마이산 망이산성에서 바라본 미호강 최상류 지역(왼쪽)과 망이산성 내에 위치한 미호강 발원샘. 작은 연못 형태의 발원샘에서 흐름을 시작한 미호강 물줄기는 서쪽(사진에서 오른쪽 방향)을 향하다가 산 아래에서 방향을 남쪽으로 틀어 미호강 최상류 지역을 향한다./김성식
충북 음성군 삼성면 마이산 망이산성에서 바라본 미호강 최상류 지역(왼쪽)과 망이산성 내에 위치한 미호강 발원샘. 작은 연못 형태의 발원샘에서 흐름을 시작한 미호강 물줄기는 서쪽(사진에서 오른쪽 방향)을 향하다가 산 아래에서 방향을 남쪽으로 틀어 미호강 최상류 지역을 향한다./김성식

[중부매일 김성식 환경생태전문기자] 강의 발원지는 강줄기의 시작점이자 강의 뿌리다. 강이 물머리를 일으켜 세워 첫 흐름을 시작하는 곳이다. 공간적인 물흐름의 시작이 이뤄지는 곳이자 시간적인 물흐름의 시작이 이뤄지는 곳이기도 하다. 발원지 하면 느껴지는 숙연함과 신성스러움의 이유다.

작지만 세계적인 미호강의 흐름과 역사도 발원지에서부터 시작된다.


◆망이산성 안에서 89.2km 물흐름 시작

망이산성 안내표지판도 2개다. 경기도 기념물, 충북도 기념물로 각각 지정된 때문이다./김성식
망이산성 안내표지판도 2개다. 경기도 기념물, 충북도 기념물로 각각 지정된 때문이다./김성식

미호강의 뿌리를 찾아 나선 건 2023년 6월 16일이다. 지난해 7월 초 발원지 탐방에 나섰다가 무더위에 호되게 당한 적 있어 올핸 보름가량 서둘렀는데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이르게 찾아온 한여름 날씨가 발걸음을 더욱 무겁게 했다.

발원지 탐방길은 으레 고행길인가 보다 생각하며 탐방길에 올랐다. 코스는 지난해처럼 마이산 정상까지 1.7km에 이르는 제2코스를 밟았다. 이유는 단 하나, 지난해 탐방 때 만나 잠시나마 동행하며 위안이 됐던 길앞잡이(딱정벌렛과 곤충)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기대는 적중했다. 올해도 어김없이 굵은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힐 즈음 기다렸다는 듯이 나타나 "나 잡아 봐라!" 하며 앞서간다. 앞서가는 이유가 발에 밟혀 죽을까 봐 발을 디딜 때마다 부지런히 달아나는 것일 텐데. 올해도 그걸 보고 싶었다니 참 이기적이다. 어쨌거나 귀염둥이 덕에 훨씬 수월하게 전망대에 다다랐다.

그런데 대실망이다. 지난해 시야가 좋지 않아 당시 촬영했던 미호강 최상류 전경 사진이 늘 마음에 걸려 이번 탐방길을 무척 기다렸는데 올해는 오히려 시야가 더 좋지 않다. 계절적 특성인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박무가 끼어 미호강 최상류의 모습이 온통 베일을 뒤집어쓴 것처럼 뿌연했다. 아쉬움 속에 발원샘으로 향해야 했다.

미호강이 첫 흐름을 시작하는 곳은 마이산 정상부다. 마이산은 충북 음성군 삼성면과 경기 안성시 일죽면, 경기 이천시 율면 등 세 지역 경계에 위치한다. 이 산의 8~9부 능선에 삼국시대의 산성인 망이산성이 있어 망이산이라고도 부른다. 미호강 발원지(발원샘)는 충북 쪽의 망이산성 안에 있다. 현재 남아 있는 망이산성을 울타리 삼아 똬리를 튼 채 '미호강의 뿌리' 역할을 하고 있다.

발원샘에서 시작한 실낱같은 물줄기는 일단 망이산성 성벽 밑을 지나 서쪽 방향으로 흐른다. 이어서 마이산 아래의 대사리(충북 음성군 삼성면)에서 방향을 남쪽으로 틀어 같은 관내의 양덕저수지로 흘러든다. 미호강은 이곳에서 농업용수로서의 첫 역할을 한다.

◆안내 푯말은 여전히 '미호천 발원지'

미호강 발원샘 옆에 세워져 있는 안내 푯말은 아직도 '미호천 시절'에 머물러 있다./김성식
미호강 발원샘 옆에 세워져 있는 안내 푯말은 아직도 '미호천 시절'에 머물러 있다./김성식

미호강 발원샘은 망이산성 팔각정에서 서북 사면으로 작은 연못 형태로 조성돼 있다. 예전엔 망이산성의 식수로 사용했던 오래된 샘물이 발원샘 역할을 했다는데 지금은 작은 연못으로 변해 있다. 연못 옆에는 버드나무 고목 한 그루가 수호신처럼 서 있고 그 옆으로 미호강의 발원지임을 알리는 푯말이 세워져 있다. 버드나무 밑둥치 옆에는 사과 하나가 놓여 있다. 갖다 놓은 이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그는 미호강과 지역을 위한 마음으로 작으나마 정성을 표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런 마음에 고마움을 느끼려던 순간 하필 아쉬운 장면이 찬물 끼얹듯 눈에 들어왔다. '미호천 발원지'란 푯말이다. 지난해 7월 7일자로 미호천에서 미호강으로 명칭 변경이 이뤄진 지 1년이 다 되어감에도 발원지 푯말은 여전히 미호천이다. 미호강 유역의 많은 지역민이 미호강으로의 명칭 변경을 적극 반기는 분위기인 것과는 달리 발원지 시계는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게 참으로 의외였다. 하루빨리 교체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발원샘 주변의 소중한 생명들 '꿈틀'

발원샘에는 특이하게도 가래(가랫과의 여러해살이 물풀)가 군락을 이룬다. 해발 500m 가까운 산 정상부 연못에 가래가 우점하고 있는 게 신기하다. 다만 지난해에 비해 가래 군락의 상태가 많이 변했다. 지난해에는 무척 무성했는데 올핸 초라하다. 아마도 옛 우물을 연못으로 조성하면서 옮겨 심은 게 정착 단계에 들어 몸살을 앓는 게 아닌가 싶다. 반면 발원샘 주변의 참개구리들은 여전히 활기차고 개체 수도 많이 눈에 띈다.

발원샘 주변에는 또 깃동잠자리를 비롯한 각종 잠자리가 많이 서식한다. 깃동잠자리는 특히 지난해 탐방 때 발원샘을 촬영하고 있었는데 카메라 삼각대에 살포시 내려앉아 한참을 쉬었다 날아가 깊은 인상을 남겼던 잠자리다.

산 정상부의 발원샘에서 가래가 군락을 이루고 참개구리와 잠자리 등이 활발히 생명현상을 이어가는 점 또한 세계적인 생명터 미호강의 한 단면이라고 생각한다.

◆마이산에는 정상석이 3개?

마이산 정상부에는 정상석이 3개다. 경기도 쪽에 1개, 충북 쪽에 2개가 세워져 있다./김성식
마이산 정상부에는 정상석이 3개다. 경기도 쪽에 1개, 충북 쪽에 2개가 세워져 있다./김성식

마이산 정상부에서는 희한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정상석이 3개다. 정상부에 경기도와 충청북도의 경계선이 지나고 있는 데 따른 엉뚱한 결과다. 먼저 경기도 쪽의 정상석은 발원샘에서 서북쪽에 위치한다. 용이 떠받치고 있는 형태의 정상석에는 '마이산 해발 472m'라고 음각돼 있다.

이 정상석에서 남동쪽으로 약 200m 떨어진 곳에는 봉수대터가 있는데 이곳에도 산 정상을 알리는 정상석이 2개 세워져 있다. 하나는 '마이산 해발 471.9m 충청북도 음성군'이란 정상석과 또 다른 하나는 '마이산 해발 471.9m 음성군'이란 정상석이 그것이다.

우선 경기도 쪽의 정상석과 충북 쪽의 정상석에 새겨진 해발고도가 서로 달라 혼동을 준다. 산은 하나인데 정상이 두 곳이란 얘기다. 여기에 더해 일반 등산객도 정상석의 해발고도와 다른 숫자(472.6m)를 기입한 표지를 임의대로 설치해 놓아 혼동을 부추긴다.

망이산성 안내표지판도 2개다. 망이산성이 경기도 기념물(제138호)과 충북도 기념물(제128호)로 각각 지정돼 있기 때문이다. 이 안내표지판에도 양 지자체가 주장하는 해발고도가 적혀 있어 혼동을 부추기긴 마찬가지다.

◆한남금북정맥과 마이산, 그리고 미호강

마이산은 미호강의 발원지, 즉 미호강 물줄기의 뿌리라는 점 외에 또 다른 역할을 한다. 바로 한남금북정맥을 이루는 중요한 기능이다. 한남금북정맥은 산경표에 따른 15개 산줄기(1대간 1정간 13개 정맥) 가운데 하나로, 백두대간의 속리산 천왕봉에서 시작해 북으로 경기 안성시의 칠장산까지 이어지는 커다란 산줄기다. 충북의 중북부 지역을 동서로 가르며 한강과 금강 수계를 구분 짓는 마루금 역할을 한다. 마루금은 산마루와 산마루를 잇는 선으로 수계를 나누는 기점이다.

마이산 정상부의 봉수대터에는 이 산의 마루금이 한강과 금강 수계를 나누고 있음을 알리는 푯말이 서있다. 실제로도 마이산 마루금을 경계로 북쪽으로는 한강 수계가, 남쪽으로는 금강 수계가 시작된다. 마루금의 북쪽으로 흐르는 물줄기는 한강수계를 이루며 청미천-남한강-한강을 거쳐 서해로 흘러든다. 반면 마이산 마루금의 남쪽으로 흐르는 물줄기는 금강수계를 이루며 미호강-금강을 거쳐 서해로 흘러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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