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 이후 떡붕어·큰입배스·블루길 유입 추정

외래어종 블루길이 점령한 충북 청주의 한 소류지 물속 상황이다. 중부매일 취재팀이 수중카메라로 촬영한 이 장면에서 볼 수 있듯이 토종 물고기는 일절 보이지 않는다./김성식 
외래어종 블루길이 점령한 충북 청주의 한 소류지 물속 상황이다. 중부매일 취재팀이 수중카메라로 촬영한 이 장면에서 볼 수 있듯이 토종 물고기는 일절 보이지 않는다./김성식 

 

외래어종의 첫 출현 시기

외래어종이 국내에 정식 보고된 시기는 1980년대 중반 이후로 알려져 있다. 그것도 각 하천의 어류상에 관한 조사 보고서에서 일부 외래어종의 출현이 단편적으로 보고돼 왔을 뿐이다. 여기서의 외래어종은 국외로부터 인위적으로 들여온 물고기를 일컫는다.

1986년 당시 환경청이 실시한 '전국 주요 생태계 조사'에서 국내 자연 수역에 서식하는 외래어종은 모두 12종으로 처음 목록화됐다. 당시 확인된 외래어종은 금붕어, 금잉어, 비단잉어, 유럽잉어, 은연어, 무지개송어, 떡붕어, 초어, 대두어, 백련어, (큰입)배스, 블루길이었다.

미호강 어류조사에서 처음으로 외래어종이 기록된 손영목·변화근 박사의 2005년도 연구 논문 중 어류목록. /김성식

충북도내에서는 1990년 9월 손영목 박사(서원대 명예교수) 등이 대청호 중심부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처음으로 외래어종이 서식어종의 목록에 올랐다. 당시 조사 보고에서 조사자들은 "블루길, 찬넬메기(붕메기), 무지개송어 및 백련어가 각각 5%, 1.5%, 1% 이하의 출현도를 보였다"고 기록했다.

미호강을 대상으로 한 어류 조사에서 외래어종이 처음 목록에 오른 건 2005년도 발표된 연구 논문이다. 당시 손영목 박사 등은 논문에서 "1982년 조사에서 확인되지 않았던 떡붕어, 큰입배스, 블루길(파랑볼우럭)이 2004~2005년 실시한 미호천(현 미호강) 조사에서 확인됐다"며 "이로 보아 1982년 이후 외래어종이 유입됐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2001년 9월 홍영표 박사(전 한국민물고기보존협회장)가 수행한 '무심천 생태·환경 기초조사'에서 떡붕어와 블루길이 확인돼 어류목록에 올랐다. 당시 홍 박사는 "두 종의 외래어 중 블루길은 대청호로부터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고했다. 대청호 물의 일부가 농업용수와 환경개선을 위한 용수 등의 목적으로 청주 무심천으로 흘러들고 있음을 당시 블루길의 유입 배경으로 지적한 것이다.

이는 뒤에서 거론할 청주 침교소류지의 사례, 즉 블루길이 현재 침교소류지를 완전히 점령한 상황과 관련해 인근 주민들이 주장하는 내용과도 일맥상통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홍영표 박사는 또 과거 청주 무심천에 살지 않았던 민물검정망둑이 당해 조사에서 확인된 것도 블루길과 같은 원인으로 추정했다.

 

미호강에 현재 서식하는 외래어종은 3종

미호강 수계에 서식하고 있는 외래어 3종. 위부터 떡붕어, 큰입배스, 블루길. /김성식
미호강 수계에 서식하고 있는 외래어 3종. 위부터 떡붕어, 큰입배스, 블루길. /김성식

미호강에 현재 살고 있는 외래어종의 서식 상황을 들여다볼 수 있는 조사 자료는 2020년 발표된 박현수 충북생물다양성보전협회 사무처장의 '미호천의 어류군집과 하천건강성 평가'라는 연구 논문이 가장 최근의 자료다.

이 논문에 의하면 미호강(미호천의 현재 명칭)의 물고기 중 국외에서 도입된 종은 떡붕어, 큰입배스, 블루길 등 3종이다. 떡붕어는 청주 팔결교 부근(미호강 본류)에서만 출현했고 블루길은 백곡천(상송교)과 초평천(대바위교)에서 비교적 개체 수가 많이 출현했다. 큰입배스는 초평천(대바위교)에서 출현했다. 박 사무처장은 블루길과 큰입배스는 인근에 있는 초평저수지와 원남저수지로부터 유입된 것으로 추정했다.

박 사무처장은 논문에서 "특히 초평천은 침수식물인 검정말과 붕어마름이 많이 자라고 있었으며 큰입배스의 먹이원인 소형어류와 치어들이 풍부하게 서식하는 지역으로 큰입배스가 살기에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며 "이 지점은 미호강 조사 지점 중 가장 풍부한 어종(24종)이 확인된 데다 한반도 고유종인 각시붕어가 유일하게 출현한 지점이어서 하천관리가 시급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외래어종에 의한 고유종의 피해를 우려한 것이다.
 

토종 물고기를 잡아먹는 블루길. 블루길은 토종 물고기의 알과 작은 물고기, 새우류 등을 잡아먹는다./김성식
토종 물고기를 잡아먹는 블루길. 블루길은 토종 물고기의 알과 작은 물고기, 새우류 등을 잡아먹는다./김성식

 

취재팀, 외래어종이 완전 점령한 저수지 확인

'세계적인 생명터 미호강 대탐사' 취재팀은 미호강의 외래어종 서식 실태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 지난 3월부터 7월까지 5개월에 걸쳐 청주시 관내 저수지(소류지 포함) 10여 곳을 집중 관찰했다.

관찰 결과 청주시 흥덕구 침교소류지 등 2곳은 외래어종인 블루길에 의해 완전히 점령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취재팀은 특히 이들 저수지의 '물속 상황'을 들여다보기 위해 저수지 내에 수중카메라를 설치, 동영상을 촬영하기도 했다.
 

블루길이 점령한 청주 침교소류지(수중촬영). /김성식


침교소류지는 현재 '거대한 블루길 수족관'을 연상케 할 정도로 블루길이 우점하고 있어 심각성을 드러내고 있다. 토종 물고기는 붕어, 미꾸라지 같은 극소수의 종만 확인되는 상황이며 민물 새우류 같은 저서성 대형무척추동물도 거의 확인되지 않고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산란기에 관찰된 물속 상황이다. 저수지 가장자리를 중심으로 산란터를 마련한 수컷 블루길들이 곳곳에서 진을 치고 치열하게 암컷을 유인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반면 비슷한 시기에 다른 저수지에서 흔히 관찰되는 참붕어 등의 산란 행동은 일절 목격되지 않았다.
 

블루길의 산란 행동./김성식


이런 가운데 황소개구리도 블루길 못지않게 활개를 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물속은 물속대로 블루길 반, 황소개구리 올챙이 반이라고 할 만큼 블루길과 황소개구리 올챙이들이 들끓고 있고, 물 바깥은 물 바깥대로 황소개구리 성체들이 점령해 주인 행세를 하고 있다. 물 안팎이 온통 외래종 천지로 변해 있다.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주민들은 한결같이 대청호 농업용수의 유입을 지목했다. 주민 김모 씨(83)는 "본래 침교소류지에는 블루길이 전혀 살지 않았다. 그런데 대청호 물이 송수관로를 통해 소류지로 직접 유입된 이후부터 블루길이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완전히 쑥대밭이 됐다"고 증언했다.

외래어종을 직접 이동시키지 않아도 농업용수의 유입을 통해 알과 치어 등을 얼마든지 이동시킬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김성식 환경생태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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