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강의 부드러움과 쫄깃한 껍데기의 랑데뷰 '최고의 맛'
[중부매일 김미나 기자]최근 외식업계 '동파육' 열풍이 불고 있다.
갑자기 왜 동파육일까 의아스럽겠지만 올해 넷플릭스 최고의 화제작 '흑백요리사'가 낳은 최고의 인기 요리, 바로 동파육에 대한 관심 때문이다.
흑백요리사는 맛 하나는 최고라고 평가받는 재야의 고수 '흑수저' 셰프들과 대한민국 최고의 스타 셰프 '백수저' 100명이 요리 대결을 펼치는 서바이벌 예능이다.
프로그램 속 중식 셰프들의 애장품 같은 요리, 동파육은 흑백요리사의 또 다른 주인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동파육 진짜 맛집은 청주에 있다. '반객'(청주시 서원구 개신동)은 2012년 2월 오픈 당시부터 동파육을 선보여온 고급 중식당으로 '이븐'(흑백요리사 안성재 셰프가 익힘이 좋은 완벽한 요리를 맛 볼 때 한 말로 유행어가 됨)하게 익힌 정통 동파육을 맛 볼 수 있는 곳이다./편집자
시간과 정성 들인 고급 요리 동파육
동파육은 촉촉한 살코기와 쫄깃한 비곗살이 고루 섞인 돼지고기를 3시간 이상 잔불로 팔각향을 입혀가며 졸인 고급 요리다. 윤기가 좔좔 흐르는 먹음직스러운 색감이 침샘을 자극하는 동파육은 시간과 정성을 들여야 하는 요리기에 아무 중식당에서나 내놓을 수 있는 메뉴가 아니다.
반객은 12년 전 식당 오픈 당시부터 동파육을 선보여왔고 아는 사람은 아는 동파육 맛집으로 이미 입소문 나 있는 곳이다.
권근범 반객 대표는 "동파육은 그동안 코스 요리에 포함돼 있거나 일부 손님들만 찾는 메뉴였는데 최근 흑백요리사 방송 이후에 정말 남녀노소 각계각층의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며 "특히 주말 젊은 연인들이 방문하면 100% 동파육"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요즘 동파육으로 인한 매출이 20%를 차지한다"며 "흑백요리사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이 된 셈"이라고 웃어 보였다.
반객의 동파육은 국내산 생돼지를 사용해 잡내가 전혀 없고 신선하다. 또 350g 정도 되는 양으로 4명이 식사 메뉴와 함께 먹기에 가격도 부담이 없다.
동파육의 인기는 반객을 찾은 손님들이 자발적으로 게재하는 리뷰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연인과 함께 찾았다는 한 손님은 "동파육 처음 먹어보는데 너무 맛있어서 자꾸 생각나는 맛"이라며 "동파육 특유 팔각향이 나지만 은은해서 거부감 없이 잘 먹었다. 극강의 부드러움과 껍데기의 쫄깃함이 입에서 몽글몽글한게 최고"라고 맛에 대한 생생한 리뷰를 달았다.
가지덮밥, 수초면 등 식사 메뉴 다양
흑백요리사가 쏘아올린 또 하나의 요리로는 '탕수도미'가 있다. 탕수도미는 정지선 셰프가 방송에서는 실패한 요리였다. 이에 착안해 요즘 반객에서는 단골 손님에게 탕수도미를 서비스로 내고 있다. 손님들의 반응이 좋아 조만간 신메뉴로 선보일 계획이다.
반객은 사실 북경오리(베이징덕)가 유명하다. 최소 이틀 전 미리 예약을 해야 맛 볼 수 있는 북경오리는 특별한 날, 혹은 귀한 손님을 대접할 때 찾는 고급 요리로 얇게 썬 고기를 야채와 곁들여 전병에 싸 먹는 건강한 맛이 일품이다. 살코기는 볶음요리로 뼈는 우려 탕으로 제공된다.
동파육 인기 이전의 반객은 대중적인 요리들도 사랑받았다. 바삭하고 달콤한 찹쌀탕수육이나 청양고추가 들어간 매콤한 반객짜장은 주말 가족 외식메뉴로 인기가 많았다.
권 대표는 "메뉴가 100가지가 넘는데 손님들이 자주 찾는 음식은 정해져 있던 편"이라며 "유린기, 전가복, 어향양해삼 등은 반객 대표 메뉴로 꾸준히 인기가 있다"고 설명했다.
반객은 식사메뉴도 다양하다. 짜장면과 짬뽕으로 대표되는 중식 메뉴 외에도 다양한 식사메뉴를 선보이고 있어 손님들의 만족도가 높다.
가지덮밥, 팔진탕면, 중국냉면, 차돌짬뽕, 챠우멘, 수초면, 단단면, 후난볶음밥 등은 식사메뉴로 사랑받고 있다.
롯데호텔 출신 당평문 주방장
광동·북경식 고급 요리부터 친숙한 대중 요리까지 100개가 넘는 다양한 메뉴를 만드는 반객 주방엔 화교 출신 당평문(69) 주방장과 6명의 셰프가 있다.
어린 시절부터 중국요리를 시작해 롯데호텔 중식당에서 경력을 쌓은 당평문 주방장은 50년 경력의 마스터셰프다.
권 대표는 "김치는 한국인이 그 맛을 제일 잘 내듯 중식 역시 중국인이 맛을 더 잘 낼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며 "무작정 화교 회장을 찾아가 주방장을 소개해 달라고 졸라 수소문 끝에 모셔온 분이 당평문 주방장"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일 당평문 주방장이 흑백요리사에서 동파육을 만들었다면 우승했을 것이라는 손님들이 많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권근범 반객 대표,"정성을 다한 음식으로 성심껏 대접"
권근범(59) 반객 대표는 "오랫동안 익히고 끓이고 정성을 들인 음식을 개인적으로 좋아한다"며 "중식은 센 불에서 웍으로 빠르게 해내는 음식이 많지만 그 중에서도 오랜 시간을 들여 하는 메뉴가 좋다"고 말했다.
이어 "그 중에 하나가 동파육이고, 또 북경오리"라며 "손님들도 결국 그렇게 정성을 다한 요리를 알아봐 준다"고 부연했다.
권 대표는 "코로나19로 식당이 큰 위기를 맞아 몇 달 문을 닫아 둔 적도 있었다"며 "그러나 오랜 시간 함께 일한 직원들과 다시 힘을 내 열심히 일해오다 보니 결국 흑백요리사라는 생각지도 못한 호재를 만난 것 같다"고 미소지었다.
그러면서 "반짝 인기에 그치지 않을 수 있도록 더 정성스럽게 음식을 내겠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