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 열풍에 청주 외곽·도심 곳곳 걷기좋은 황톳길 만들어
"나이먹으니 건강이 최고여" 무리지어 걷는 어르신 함박웃음
오솔길 오르락 내리락 걷다보니 '만보 달성' 피로는 저 멀리
맨발족 전성시대인가. 오붓한 숲길을 맨발로 걷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이 걷는 길은 마치 누군가 비질한 것처럼 바닥이 매끈하다. 물기가 약간 있는 곳은 차금차금하면서도 촉촉하다. 발바닥이 더욱 시원하다. 연두를 지나 이미 초록으로 넘어온 오솔길을 맨발로 한 걸음씩 걸을 때마다 몸속 피로가 공중으로 빠져나간다.
최근 전국적으로 맨발걷기 열풍이 일고 있다. 청주에도 맨발걷기 할 수 있는 곳이 여러 군데 있다. 용정산림공원, 문암생태공원, 수곡동 명품황톳길, 생명누리공원, 금천배수지근린공원, 분평동, 미동산수목원, 가경동 명품황톳길 등 외곽지뿐 아니라 시내 곳곳에도 조성되어 있어 시민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다. 그중 용정산림공원과 문암생태공원을 찾아가 봤다.
용정산림공원 위치는 청주시 상당구 낙가산로 167번지로 2008년에 조성됐다. 김수녕양궁장 맞은편에 있다. 공원을 이용하는 시민이 늘면서 지난해 12월, 청주시와 중부지방산림청이 공동관리협약을 맺었다. 시민 편의를 위해 산책로를 정비하고 무궁화동산, 세족장, 벤치 등을 설치했다. 시민들에 의해 자연스럽게 맨발걷기 길이 생기면서 입소문을 타고 맨발족들에게 많이 알려졌다.
조금만 올라가면 눈에 잘 띄는 곳에 큰 현수막이 걸려 있다.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 회원 모집을 광고하는 내용이다. 그만큼 맨발로 걷는 사람들이 많은 모양이다. 일고여덟 명 돼 보이는 어르신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모두 맨발로 걷고 있다. 중학생 딸 손을 꼭 잡고 올라가는 아빠도 있다. 과학 과목이 어렵다는 딸의 말에 외우려 하지 말고 차근차근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해준다. 뒤이어 친정엄마와 딸 사이로 보이는 두 사람이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나란히 걸어가고 있다. 길옆 한쪽에 운동기구 서너 개가 있다. 기구에 올라 허공에 발을 휘젓는 아줌마, 까치발 운동하는 아저씨도 보인다.
정상에 오르는 시간은 얼마 걸리지 않는다. 잠깐 앉아 쉴 수 있는 나무의자가 있고 훌라후프와 아령 몇 가지가 있다. 일가족 네 명이 올라왔다. 일곱 살쯤 보이는 아들이 조그만 아령을 몇 번 들다가 더 큰 아령을 들었다 놨다 한다. 아빠가 걱정되는지 웃으면서 말한다. "그건 더 크면 들어라"정상을 넘어가면 '맨발걷기 명상 숲길 소나무길 500m' 표지판이 보인다. 그 아래로 조붓한 오솔길이 나온다. 가끔 길옆에 둥그렇게 움푹 파인 곳이 보인다. 그곳에 물을 약간 부어서 발바닥을 담그고 있으면 지구의 기운과 통한다고 한다. 건강을 염원하는 사람의 간절함이 느껴진다.
내려가는 길에 무리 지어 가는 어르신들을 다시 만났다. 두런두런하더니 웃음소리와 함께 큰 소리가 들렸다. "나이 먹으면 건강한 놈이 최고여!""그려, 그려."그들은 몇 바퀴째 이 산을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는 것이다. 건강 잃으면 돈도 명예도 다 소용없다는 흔한 말이 마음속으로 훅 다가온다.
맨발걷기가 끝나면 세족장으로 향한다. 비누로 꼼꼼하게 발을 씻고 있는 아저씨와 잠깐 대화했다. "틈나는 대로 주말이나 주중에도 잠깐씩 걷고 갑니다. 산 옆구리길로 빙 둘러서 걸으면 1천800보, 정상까지 올라갔다 내려오면 1천300보, 오르락내리락하다 보면 만 보 넘게 걸어요. 매일 와도 질리지 않아요. 맨발로 걸으니 밤에 잠이 잘 오는 것 같습니다."맨발걷기 회원인가 물었더니 가입하진 않고 혼자서 꾸준히 걷는다고 한다.
문암생태공원에는 2024년에 582m 길이의 황톳길이 조성됐다. 안심하고 맨발로 걸을 수 있는 건식과 습식 황톳길, 황토볼 지압로, 세족시설, 쉼터 등이 마련됐다. 짧은 거리라서 몇 바퀴씩 돌면서 운동하는 사람들이 많다. 위치는 청주시 흥덕구 무심서로 1097이다. 용정산림공원은 오르락내리락하는 비탈길이 있지만, 이곳은 평지라서 어린이나 나이 드신 어른들도 이용하기 쉽다. 손을 꼭 잡고 이야기하면서 걷는 커플이 눈에 자주 띈다. 부모님을 모시고 온 자녀들도 있다. 황톳길 근처에 벤치가 여러 개 있고 숲그늘이 많아 잠깐씩 쉬기 좋다. 이 공원은 2010년 도심형 테마공원으로 개장했다. 황톳길 외에도 건강숲체험장, 테마웰빙숲, 족구장, 생태습지원, 억새원, 생태관찰데크, 야외무대, 바닥분수, 캠핑장, 바베큐장, 반려견 놀이터 등이 있어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건강한 사람은 건강을 유지하고자, 아픈 사람은 아픔을 이겨내고자 자신만의 운동방법을 연구한다. 맨발로 걷는 사람들은 땅에 직접 닿는 발바닥이 자연의 기운을 받아 건강에 더욱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 그 효과로 혈액순환 촉진, 면역력 강화, 근골격계 강화, 스트레스 감소와 심리적 안정, 숙면 유도, 만성통증 완화 등이 알려져 있다. 각종 SNS에는 맨발걷기를 통해 건강을 회복했다는 증언이 많이 올라온다. 반면에 맨발로 걸으나 운동화 신고 걸으나 똑같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반박도 있다. 또한, 맨발걷기를 하다가 발바닥 관련 질병이 늘고 있다는 의학계의 지적도 있지만 최근 맨발걷기 열풍을 막을 수는 없는 듯하다.
맨발걷기 길이 주변에 많이 있으니 한 번쯤 가까운 곳을 찾아 맨발로 걸어 보기를 권한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