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에 농사 망친 청주 옥산면 김상재 씨
비닐하우스 물 허리까지 차
하루종일 바쁜 수확철인데
작업 올스톱 상품가치 하락
수해 지원책 없어 깊은 한숨
[중부매일 임양규 기자] "애호박 수확철이라 지금 아침부터 밤까지 계속 작업을 해야 하는데 진흙탕이 돼서 작업을 할 수가 없어요."
지난 18일 오전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옥산면 환희리에서 만난 김상재(74·청주시 흥덕구 옥산면 환희리)씨는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30여 년간 비닐하우스에서 애호박 농사를 지으며 생활하고 있다.
애호박 철인 요즘은 예년 같으면 오전 5시에 일어나 더위가 오기 전 오전 10시께까지 수확을 하고 저녁까지 일을 이어가지만 이날은 농장 확인차 오전에 비닐하우스를 잠시 들렀다.
전날 쏟아진 장대비로 비닐하우스에 물이 허리춤까지 차면서 수확을 할 수 없게 돼서다.
김씨는 "100m짜리 하우스 3동을 하려면 낮에는 좀 쉬고 아침부터 밤까지 계속 작업을 해야 하는데 진흙탕이 돼서 도저히 작업을 할 수가 없다"며 "혼자 농사를 지어서 도와주는 사람도 없고 마음만 타들어 간다"고 하소연했다.
김씨의 수해 피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0여 년 전에는 비닐하우스가 붕괴돼 새로 지었고 오송 참사가 발생했던 2023년 당시에는 똑같은 수해 피해를 입었어도 수해피해 지역으로 묶여 즉시 1천만원의 지원금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엔 상황이 다르다. 아직까지 면사무소에서 어떤 연락도 받지 못해 막막하기만 하다.
이번 비에 피해를 본 농장주는 김 씨만이 아니다. 김씨는 3동을 운영하지만 인근 20여 개 비닐하우스에서도 똑같은 피해를 봤다.
김씨는 "오늘 못 따면 호박이 나이를 먹어서 상품 가치가 떨어져 다 버리는 수밖에 없다"며 "울며 겨자먹는 마음으로 버리는 것보다 식당에 무상으로 공급하는 게 마음이 덜 아프다"고 토로했다.
현재 김씨 비닐하우스에는 1천600줄기 가량의 애호박이 심어져 있다. 1년으로 치면 1동에 1천500만원, 3동으로 치면 4천500만원의 수익이 나지만 이번 수해로 올해는 망쳤다.
그는 "도매로 1박스(20개)에 비쌀 때는 4만원씩 납품해서 하루에 100만원 들어오기도 하는데 지금은 하루에 많이 받아야 13만원꼴"이라며 "땅 주인한테 내야 하는 하우스 임대료도 있고 작년에 임대료가 올랐는데 또 오르면 농사를 접을 생각도 있다"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