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선 시민기자 (농장 오월)
8~10월 활동 절정·개체수 늘어나 피해 급증
번식 위해 단백질 공급원으로 양봉장 습격
예방 장치 연구 지원·정부 차원 대책 필요
[중부매일 신희선 시민기자] 8월 한여름, 충북의 한 양봉장에서 참혹한 광경이 펼쳐졌다. 벌통 입구와 주변 땅바닥이 수천 마리의 꿀벌 사체로 뒤덮여 있다. 꿀벌의 작은 몸들이 겹겹이 쌓여 마치 황갈색 양탄자를 깔아놓은 듯 보이는 이 장면은, 최근 기승을 부리는 장수말벌 피해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장수말벌은 8월부터 10월까지 활동이 절정에 이른다. 특히 이 시기에는 여왕벌과 일벌들이 번식을 위해 단백질 공급원이 필요한데, 그 표적이 바로 양봉장의 꿀벌이다. 장수말벌은 강력한 턱으로 꿀벌의 머리와 가슴을 절단해버리고, 단백질이 많은 흉부만 물어간다. 공격을 받은 꿀벌들은 수적으로 열세일 뿐 아니라, 한 마리가 죽으면 꿀벌 군체 전체가 동요해 방어 능력이 크게 떨어진다.
피해를 입은 양봉농가는 “하루 아침에 벌통이 텅 비는 상황이 벌어진다”며 “한 번 장수말벌이 나타나면 수백, 수천 마리가 순식간에 죽는다”고 토로했다. 특히 올해는 이상기온으로 장수말벌의 활동 기간이 길어지고 개체 수가 늘어나 피해가 예년보다 심각하다고 한다.
꿀벌은 단순한 꿀 생산원에 그치지 않고, 농작물 수정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꿀벌 개체 수 감소는 곧바로 지역 농가의 수확량 감소로 이어진다. 때문에 이번 피해는 단순히 한 양봉장의 문제가 아니라, 농업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심각한 사안이다.
전문가들은 장수말벌 피해를 줄이기 위해 주기적인 말벌 포획기 설치, 벌통 입구 축소, 방충망 설치 등 예방 조치를 강조한다. 그러나 피해 농가들은 “예방 장치를 해도 완벽한 방어는 어렵다”며 “지속적인 연구 지원과 정부 차원의 방제 대책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8월의 뜨거운 햇볕 아래, 벌통 앞에 쌓인 꿀벌들의 작은 몸들은 이들의 생존 경쟁이 얼마나 치열한지를 보여준다. 인간이 키운 벌과 자연의 맹금류인 장수말벌의 사투는, 기후 변화와 생태계 불균형 속에서 앞으로도 계속될 위협임을 예고하고 있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