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충북교육청 행정감사에서 질타를 받은 공무원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해 지역사회에 큰 충격을 안겨준 가운데 충북도의회가 행정사무감사 전반의 개선책 마련과 함께 사망 원인을 밝히기 위한 진상 규명에 나섰다.
이번 공무원 사망사고로 전면 중단됐던 충북교육청에 대한 행정감사가 재개된 10일, 이정범 충북도의회 교육위원장은 입장문을 내고 이번 일을 계기로 고압적인 태도나 과도한 질의로 인해 피감기관 공무원들의 자존감을 훼손하는 관행이 반복되지 않도록 피감기관 공무원의 인격을 존중하는 감사 문화로 바꾸겠다며 감사 방식 개선과 재방 방지를 약속했다. 이 위원장은 또 이날 오후 별도의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고와 관련해 특정 의원의 폭언·모욕적 언행, 과도한 자료 요구, 집행기관 특정인을 겨냥한 표적 감사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며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외부기관의 전문조사를 통해 정확한 경위를 밝히겠다는 단호함도 보였다.
지난 5일 교육위원회 행정사무감사에서 한 의원이 충북교육청 특정 부서의 특근 매식비 부정 사용 의혹과 공용 물품 분실 등을 제기했고, 이튿날인 6일 이와 관련한 감사 대상자로 지목 받았던 충북교육청 소속 공무원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이에 따라 교육위원회는 고인에 대한 애도와 함께 예정된 감사를 전면 중단했었다.
행정감사는 말 그대로 행정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 또는 공공기업체의 업무집행 상황을 조사해 그 결함을 밝혀내는 일이다. 수립된 계획과 목표가 법규와 절차에 따라 처리됐는가를 기본 목적으로, 집행부의 독주와 일탈을 막고 예산이 제대로 집행했는지를 밝히는 감시와 견제다. 그런 만큼 행정감사에 대한 도민들의 기대도 크다.
그러나 일부 의원들의 무성의한 태도와 준비 부족, 그에 따른 맹탕 질문과 시간 때우기, 주제를 벗어난 논쟁, 과도한 자료 요구 등의 부작용과 역기능에 대한 비판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위법행위가 있다면 철저히 조사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본래의 취지에서 벗어나 확인되지 않은 사안에 대해 마치 죄인 다루듯 호통치고 윽박 지르며 망신을 주려는 의원들의 태도는 시급히 없어져야 할 구태다.
일부 의원들의 정치적 계산이나 의욕과잉의 스타의식도 문제다. 폭로성 제보나 시중에 떠도는 설이 마치 사실인냥 몰아세우는 위협적인 태도도 사라져야 한다. 차분하고 설득력 있게 해당 사안에 접근해 제기된 의혹을 풀고 문제점에 대한 개선방안이나 대안을 제시하는 성숙한 접근이 필요하다.
또 효율적인 행정감사를 위해 자료를 수집·연구하는 일은 바람직하지만 마구잡이 식 자료 요구로 피감기관의 업무시간을 침해하고 직원들의 지나친 피로도를 유발하는 것 또한 폐해다. 감시기관의 ‘일단 부르고 보자’, ‘일단 따지고 보자’ 식의 구습반복은 ‘행정감사만 지나면 그만’이라는 피감기관의 그릇된 관행으로 이어지고 있기도 하다. 앞으로 다시 일어나서는 안될 이번 사고를 기점으로 보다 생산적이며 새로운 시대정신을 장착한 행정감사의 대변화가 시작돼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