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출신 여성 독립운동가 현황과 기념사업 과제

충북 출신 여성 독립유공자(국가보훈처 등록 기준)
충북 출신 여성 독립유공자(국가보훈처 등록 기준)

정부로부터 독립운동의 공적을 인정받아 훈포장을 수여받은 전국의 독립유공자는 1만5천511명이다. 이 가운데 여성은 432명으로 2.78%에 불과하다. 이렇게 여성 독립유공자가 턱없이 적은 것은 서훈 기준이 남성 중심으로 설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작년부터 서훈 기준이 개선되어 여성의 독립유공자 진입 문턱이 낮아졌고, 이 기준에 따라 여성의 독립유공자 서훈이 크게 증가하는 추세이다.

현재 충북 출신 독립유공자는 521명이다. 이 가운데 여성은 국가보훈처 등록 기준으로 민금봉·민인숙·박재복·신순호·신창희·오건해·윤희순·이국영·임수명·홍금자 등 10명(1.9%)으로 전국 평균치에도 훨씬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남편의 호적에 따라 충북 출신으로 분류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않은 여성 독립운동가가 있다. 박자혜(1895~1943, 1990년 애족장, 신채호의 부인)·이화숙(1893~1978, 1995년 애족장, 정순만의 부인)·신정숙(1910~1997, 1990년 애국장, 장현근의 부인)·김수현(1898~1985, 2017년 애족장, 이광의 부인) 등 부부 독립운동가의 아내들이 그들이다.

한편 타지 출신 남편의 호적에 입적돼 충북의 인물에서 제외된 여성 독립운동가도 있다. 가족 독립운동가로 유명한 연미당(1908~1981, 1990년 애국장)은 증평군 도안면 석곡리 출신 연병환의 딸로 중국에서 한인애국부인회와 한국독립당 당원으로서 활발한 독립투쟁을 펼쳤으나, 부군 엄항섭의 고향인 여주 출신으로 등록돼 있다. 어윤희(1880~1961, 1995년 애족장) 또한 마찬가지이다. 그녀는 충주시 소태면 덕은리에서 어현중의 딸로 태어났으나, 남편과 부친이 일찍 죽자 개성으로 이주해 3·1운동 등 다양한 독립운동에 헌신했다. 그러나 국가보훈처의 기록에 본적은 황해도 금천군 합탄면 매후리로, 주소는 경기도 개성으로 되어 있다.

이들을 모두 포함하면 충북 출신 여성독립운동가는 모두 16분인 셈이다. 그래봐야 충북 전체 독립유공자의 3% 남짓에 불과하다. 충북의 여성 독립운동가가 적기도 하지만, 그들에 대한 선양사업은 거의 이루어지지 못한 실정이다. 충북도가 올해 충북 출신 여성독립운동가의 흉상 제작과 전시실 조성을 계획하고 있다고 하니 늦었지만 다행스런 일이다.

독립운동가를 출신을 따져 지역별로 구분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어디 '출신'이라 할 때 생몰지, 또는 활동지 등 여러 기준이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혼한 여성 독립운동가는 구분이 더욱 복잡해져, 본적을 결정하는 네 가지 기준에 따른 경우가 있다. 첫째, 충북 출신이면서 결혼 후에도 남편의 본적이 아니라 충북으로 유지되는 경우로 신순호가 대표적이다. 둘째, 충북 출신이지만 결혼 후 남편의 본적으로 입적돼 다른 지역의 인물로 분류된 경우로 어윤희가 대표적이다. 셋째, 다른 지역 출신이나 결혼 후 충북 출신 남편의 호적에 입적돼 충북의 인물로 분류된 경우로 윤희순이 대표적이다. 넷째 다른 지역 출신으로서 남편의 호적에 따라 충북의 인물로 분류돼야 하나 그렇지 않은 경우로 박자혜가 대표적이다.

충북 출신 여성독립운동가의 기념사업을 위해 염두에 둬야 할 사실이 있다. 첫째, 여성 독립운동가의 본적이나 출신을 논의할 때 여성으로서의 특수성을 감안해야 할 것이다. 여성독립운동가의 경우, 태생과 혼인으로 인해 취득한 충북의 본적을 모두 출신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사료된다. 여성 독립운동가를 충북의 인물로 분류하는 기준은 네 가지 경우와 사례가 있으나, 모두 충북의 인물로서 선양하는 것이 마땅하다.

둘째, 적극적인 여성 독립운동가의 발굴에 나서야 한다. 2018년도 독립유공자 서훈 기준 개선에 따라 여성 독립유공자의 진입 장벽이 낮아졌다. 특히 3·1운동이나 광주학생독립운동 등에 참여한 여학생들이 반드시 3개월 옥고의 기준 하한에 미치지 않더라도 포상의 길이 열렸다. 지자체와 지역 학계 등이 연대해 발굴에 적극 나서야 한다.

셋째, 제대로 된 충북 독립운동 기념관(전시관)이 마련돼야 한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충북 전체의 독립운동을 아우르는 전시관을 조성하는 것이다. 경상북도나 경기도 일부 지역에서 지자체 차원의 기념관을 조성하고 현장 역사교육과 지역 정체성 교육의 장으로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많은 예산이 소요되고 인력 확보가 필요한 사업으로 당장 실현하기는 곤란하다 하더라도 충북도 차원에서 연차사업으로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우선 올해 추진되는 충북 출신 여성 독립운동가의 흉상 제작과 전시관 조성사업이 기획 단계부터 철저히 준비해 역사적 사실의 오류나 누락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넷째, 여성 독립운동가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여성은 남성의 부수적 존재가 아니다. 여성 독립운동가의 수가 적다고 해서 독립운동사에서 그들이 차지하는 공간이 작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또한 여성 독립운동가를 의도적으로 남성과 대비시키는 대결적 구도로 위치시킬 필요는 없다. 한국근대사에서 여성을 당당한 역사의 일원이자 객체적 존재로 독립시켜야 한다. 이미 백 년 전 대한민국임시정부가 제정한 헌법에서 남녀평등을 규정한 사실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다섯째, 독립운동가 후손과의 인적 네트워크 형성과 연계가 필요하다. 2015년 어느 충북 출신 여성독립운동가의 후손이 자기 어머니와 외조부모 등 충북 출신 독립운동가 관련 자료 9백 여 점을 경기도박물관에 기증하고 특별전을 개최한 바 있다. 이 자리에 참석한 경기도지사는 독립운동가 후손을 위한 프로그램을 약속하는 등 적극 지원했다. 충북 출신 독립운동가 가문의 귀중한 자료가 단지 그 후손이 경기도에 살고 있다는 이유로 경기도박물관에 기증된 것은 타당치 않은 일이다. 지자체에서 후손과 네트워크가 형성돼 있고 기념사업 등 유기적 연대가 이뤄졌다면 그런 상황이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이제라도 지자체가 후손과 네트워크를 유지하고 그들과 연계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운영에 나서야 한다.

충북의 여성독립운동사를 올바로 정립하고 그 분들을 제대로 기억하고 기념하기 위해서 해야 할 일이 적지 않다. <끝> / 사진 박걸순 충북대 사학과 교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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