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 원했지만 진찰만 받고 퇴원" 불안한 환자들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업무를 중단한 20일 청주시 청원구 충북대학교병원 진료 대기실은 환자들로 붐비고 있다. /윤재원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업무를 중단한 20일 청주시 청원구 충북대학교병원 진료 대기실은 환자들로 붐비고 있다. /윤재원

[중부매일 손수민 기자] "입원까지 생각했는데 오늘은 안 되겠네요."

A(70대·여·충북 괴산군)씨 가족은 아침 일찍 집을 나서 충북대학교 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A씨는 당뇨, 폐렴을 앓고 있다.

군내 병원에서 진료받았지만, 병세가 호전되지 않았다.

가족들은 급한 마음에 이날 충북대병원을 방문하게 됐다.

A씨의 딸은 "지금 전공의와 인턴이 빠져나가 최소 인원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설명만 들었다"며 "기본적인 검사만 진행하고 나오는 길"이라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함께 방문한 A씨의 남편은 "환자를 돌볼 의사가 없다는데 아내가 적지 않은 나이다 보니 당장 어떻게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한숨을 쉬었다.

레지던트 80명과 인턴 29명이 출근하지 않은 20일.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업무를 중단한 20일 청주시 청원구 충북대학교병원에서 환자들이 접수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윤재원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업무를 중단한 20일 청주시 청원구 충북대학교병원에서 환자들이 접수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윤재원

충북대병원 로비는 평소와 달리 한산했다.

대기 자리가 부족해 선 채로 기다리던 각 진료과 앞 의자에는 환자와 보호자가 듬성듬성 앉아있었다.

충북대병원 직원은 "오늘 평소보다 사람이 없는 편"이라며 "뉴스에서 진료 거절, 수술 취소 등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고, 인력이 줄어들다 보니 진료 예약 자체도 적게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순서를 기다리는 환자들 대부분이 일찌감치 진료를 예약한 환자들이었다.

뇌경색을 치료 중인 B(54·여·청주시 상당구 용암동)씨는 4년째 충북대병원을 다니고 있다.

B씨는 "처방받은 약이 떨어져 가서 걱정했는데 예정대로 진료받으러 오라는 문자를 받고 안심했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약을 끊을 단계는 아닌데 파업으로 병원을 옮겨 다니는 환자들이 있다는 소식을 접해 불안하다"고 덧붙였다.

내과를 방문한 C(61·충북 증평군)씨 역시 "11시로 진료를 예약하고 왔다"며 "앞으로도 진료를 받아야 하는데 의사들이 그만뒀다고 하니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업무를 중단한 20일 청주시 청원구 충북대학교병원 진료 대기실은 환자들로 붐비고 있다. /윤재원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업무를 중단한 20일 청주시 청원구 충북대학교병원 진료 대기실은 환자들로 붐비고 있다. /윤재원

현재 충북대병원은 외래 진료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비응급 수술은 일부 연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충북대병원은 인력 부족으로 응급수술부터 우선 처리할 예정이다.

응급실에서도 응급환자나 중증 환자가 아니면 2차 병원 응급실을 이용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충북대병원 관계자는 "아직 첫날이라 진료 건수가 줄어든 것을 파업과 연결 짓기는 이르다"며 "앞으로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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